"박정희는 합법정부 탈취 강도" 계엄포고령 위반자 재심서 무죄

'유언비어 날조·유포 금지' 1972년 계엄포고령 어겨 징역형
대법 "위헌·무효" 판단…검찰 직권청구로 열린 재심서 무죄

1970년대 유신헌법 사전 조치였던 비상계엄 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숨진 고인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동욱 부장판사)는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의 형이 확정된 이모(1997년 사망)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에 대해 계엄법 위반과 함께 징역형이 내려진 또 다른 횡령 혐의에 대해선 징역 1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일제강점기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씨는 1969년 8월부터 1972년 12월 사이 계모임, 피로연 등 사적 모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972년 당시 선포한 계엄 포고령은 유언비어의 날조·유포를 금지한다고 정했다.

이씨는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 정권에 대해 "명분 없이 합법정부를 탈취했으니 강도다", "정권을 잡고 각종 부정부패를 조장하고 있다", "20억 불 외상 빚덩이 속에 부정부패를 일삼고 국민 혈세를 강요하니 후안무치한 자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후 항소심과 상고까지 거쳤으나 1975년 대법원이 이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이씨는 실형 복역 뒤 변호사 자격도 박탈당했으며 1997년 1월 숨졌다.

그러나 광주지검은 지난 2022년 "피고인 이씨에게 적용한 계엄포고령 제1호는 위헌·무효이므로 계엄법 위반죄는 재심사유가 있다"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2018년 해당 계엄포고령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계엄사령관 포고 제1호 전체가 옛 헌법 제75조 제1항, 옛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헌·위법하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역시 앞선 2013년 "계엄 포고령 1호 5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심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계엄포고 제5항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 이씨에 대한 계엄법 위반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그럼에도 원심이 계엄법 위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계엄포고 위헌 여부에 대해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했다.

이어 "원심 판결은 위법이 있는 계엄법 위반과 횡령 혐의를 함께 유죄로 인정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파기한다. 다만 횡령 혐의에 대해선 범행 수단·방법, 검사 구형량 등을 고려해 징역 1개월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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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