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왕래 않고 살다가 연금분할 청구
연금공단은 받아들였으나 법원은 배척
실제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까지 포함해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지급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원고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분할연금액 변경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92년 B씨와 혼인했다 2013년 협의 이혼을 했다.
국민연금 가입자였던 A씨는 이후 2022년부터 공단으로부터 매월 노령연금을 받아왔는데, 지난해 전 배우자인 B씨가 공단에 분할 연금 지급을 청구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공단은 B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두 사람의 혼인이 유지됐던 170여개월에 대한 분할연금액을 월 18만8000원으로 정한 후 이를 A씨에게 통보했다. A씨의 연금 수령 이후 배우자에게 미지급됐던 연금액 일부를 환수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A씨는 반발했다. B씨는 결혼 직후 집을 나가 거주지를 옮겼고, 이후 2013년 이혼까지 둘 사이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해당 기간은 분할연금액산정의 기준이 되는 혼인 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원 역시 A씨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이 '혼인기간 인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제외 사유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적 열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즉 법원의 판단을 통해 실제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경우 이 역시 시행령이 정하는 제외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B씨가 혼인 직후 실제 강원도 일대로 거주지 전입신고를 마친 점, A씨와 혼인에 따른 금전 거래 내역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별거 이후 둘 사이 왕래가 전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 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 기간까지 포함해 연금 분할 지급을 명령한 공단 측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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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