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을 제압하려던 경찰의 실탄사격에 총상을 입은 전직 주한미군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전직 주한미군 A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 4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A씨에게 2억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했다.
주한미군 복무를 마치고 퇴역해 경기 평택시에서 거주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3월26일 순경 B씨가 발사한 총탄에 얼굴을 피격당해 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B씨는 "맹견이 다른 개와 사람을 물어뜯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테이저건을 이용해 개를 제압하던 도중 맹견이 도주하자 소지하고 있던 실탄 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총알은 맹견을 빗나가 인근 인도 바닥을 맞은 뒤 튀면서 결국 12m 뒤에서 걷던 A씨의 턱을 명중시켰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 국가가 자신에게 2억5723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순찰차를 이용해 보행 통제를 했다"며 "발사된 탄환이 바닥에서 튀어 보행자에 명중하는 상황을 예측해 대비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배상범위는 제한했다.
재판부는 "당시 인근 소방관이 마취총과 올무 등을 준비하고 있어 총기의 사용이 부득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당시 경찰들이 통제하던 장소와 사고 현장은 다른 장소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 직전 경찰들은 테이저건이 1분 만에 방전되면서 맹견을 놓쳤는데, 이는 경찰관들이 평소 필요한 근무 태세를 유지하거나 충분한 준비 후 신고에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불의의 사고였다는 정부의 주장에는 "총탄이 발사된 현장은 주택 밀집지역이었다"며 "총격이 개한테 적중하지 못할 경우 도비탄(표적에 맞지 않고 튕겨 나온 탄)으로 인해 보행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경찰관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국가의 책임 비율은 90%로 봤다.
한편 B씨는 지난해 5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후 같은 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B씨의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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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