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급금 부정수급' 받아 건물 지어…반년 새 461명 적발

고용부, 지난해 10월~올 3월 2차 기획조사 실시
22억2100만원 적발…첫 조사보다 액수 4.2배↑
지인 허위고용하고 체불액 부풀려 대지급금 타내
적발되면 형사처벌하고 편취금액 5배 추가 징수

#. 한 인테리어업체의 실질 경영자인 A씨는 국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불하는 '대지급금 제도'를 부정 수급하기로 하고 가족 명의로 복수의 사업장을 설립했다. 이후 친족과 지인 69명을 근로자인 것처럼 가장 고용하고, 이들에게 15차례에 걸쳐 사업장을 변경해가면서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이 타낸 대지급금은 11억3500만원 상당. A씨는 이 중 9억5300만원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건축했다. 수사가 개시되자 도주하던 A씨는 검거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6개월 간 A씨와 같이 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한 461명을 적발했다.



고용부는 2023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대지급금 부정수급 기획조사를 실시해 17개 사업장, 총 461명에 대해 총 22억2100만원 상당의 부정수급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대지급금 제도는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에게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일정 범위의 체불액을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자들이 임금체불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우선 지급하고, 사후 국가가 사업주에게 해당 금액을 청구한다.

하지만 사업주가 허위 근로자를 이용해 임금체불인 것처럼 신고해 대지급금을 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기획조사에서도 ▲허위근로자 청구 ▲근로자 명의 빌려주기 ▲체불임금 부풀리기 등 다양한 사례가 적발됐다.

원청 건설업체 대표와 하도급 건설업자가 공모해 하도급 근로자들을 원청 업체 소속인 것처럼 위장해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도록 한 후 246명 총 12억200만원 상당 대지급금을 허위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밀린 공사대금을 해결한 사례가 있었다.

또 인력업체가 선지급한 근로자 인건비를 거래업체에서 청산하지 못하자, 인력업체 실경영자와 거래업체 대표들이 공모해 허위근로자 모집, 근로계약서 위조, 거짓 진술 등을 통해 32명의 대지급금 1억8600만원을 수령하게 하고 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사업장이 폐업상황에 놓이자 생산반장을 임금체불 진정인 대표로 내세워 체불임금 및 퇴직금을 부풀려 진술하거나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를 끼워넣는 수법으로 50명 몫의 1억5600만원 대지급금을 지급받게 한 뒤 돈을 돌려받아 4대보험료 청산 등에 활용한 경우도 있다.

특히 가족과 지인 등을 이용해 다수의 허위근로자를 동원해 대지급금을 받게 하고 일부를 편취한 죄질 불량 사업주 2명은 구속기소됐다.

고용부는 2022년부터 대지급금 부정수급 기획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지급금 규모, 신청 비율, 회수현황 등 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해 부정수급 소지가 높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정해 진행한다.

이번 기획조사는 두 번째로, 기획조사 시행 전(2017년~2021년)에 비해 적발액은 4.2배, 적발 인원은 3.7배 증가했다.

이에 기획조사가 상당한 성과가 있다고 보고 기획조사 규모를 50% 이상 확대해 올해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형사처벌 외에도 지급된 대지급금의 최대 5배 금액을 추가 징수하는 등 엄중 조치해 부정수급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정수급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임금체불 사건 조사단계에서부터 4대 보험, 국세청 소득신고 내역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절차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0인 이상의 다수 체불 신고사건 조사 시 사업주로부터 미리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해 대지급금 지급 후 변제 능력을 확인하는 등 제도 이행을 강화한다.

아울러 가동 중인 변제금 미납사업장 현장방문 등 대지급금 집중 회수를 추진하는 한편, 올해 8월 7일부터 시행되는 변제금 미납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를 통해 사업주 책임감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대지급금 지급일 다음날부터 1년 이상 경과, 미회수금 합계 2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근로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해 간이대지급금 제도가 개선됐지만 현장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임금자료에 기반해 체불확인서를 발급하는 것은 물론, 부정수급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부정수급을 엄단하고 변제금 회수 절차도 개선해 임금체불에 대한 사업주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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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