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평 부지 5년간 무단점유 유치원…法 "변상처분 정당"

서울에서 40년 넘게 유치원 운영한 부부
유치원 부지 인근 128평 토지 소유 문제
서울시 "무단 점유" 18억원 변상금 부과
부부 측 "40년 이상 사용…묵시적 승낙"
1심 "점유·사용 인정…변상금 부과 적법"

유치원 부지 경계 부근의 토지를 5년간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약 18억원의 변상금 부과 처분은 타당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당시 수석부장판사 정상규)는 지난 2월1일 A유치원을 운영하는 B씨 부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를 상대로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B씨 부부는 지난 1978년 서울의 한 유치원 부지와 건물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한 이후 그곳에서 40년 넘게 A유치원을 운영해 왔다.

A유치원 부지 주변에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부부는 2018년 펜스 내 토지 중 소유가 모호한 424㎡(약 128평)에 대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 부부가 매수한 토지 지번이 특정되지 않아 이들이 매수한 토지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펜스 내 토지 점유 전부를 이전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패소판결을 내렸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021년 11월 부부에게 2016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5년간 해당 토지를 A유치원 부지로 무단 점유·사용했다며 변상금 18억여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B씨 부부는 처분에 불복해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위원회는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기간에 대한 부분만 취소했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B씨 부부는 이 같은 결론에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 부부 측은 "A유치원 부지 경계에 설치된 펜스는 자신들이 설치한 게 아니라 당초 분양계약을 맺었던 회사가 설치한 것"이라며 "해당 면적을 사실상 지배했다거나 사용·수익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는 (자신들이) 약 40년 이상 토지의 점유·사용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런 경위를 고려하면 서울시는 토지 부분에 대한 B씨 부부의 점유·사용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B씨 부부가 2016년부터 5년간 해당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변상금 부과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지 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펜스를 따라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들이 있고, 이는 오래전 원고들(B씨 부부)이 심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은 원고들이 펜스 내부의 해당 토지 부분을 A유치원 부지로 점유·사용했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유치원 놀이시설의 위치나 그 이용 방법, 경계 현황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토지 부분 전체를 유치원 부지로 사용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들이 아닌 C회사가 펜스를 설치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측이 약 40년간 이 사건 토지 부분에 관해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B씨 부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아울러 위원회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선 "이 사건 재결의 형성력에 따라 당연히 취소돼 소멸했기 때문에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일부 청구를 각하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