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받은 다문화 자녀…대법 "국적 인정해야"

2심서 국적 비보유 판정 적법…대법서 파기환송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혼인외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했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국적 비보유 판정 취소 소송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원고 A씨와 B씨는 각각 1998년, 2000년에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원고들의 출생 당시 부모는 법적 혼인상태가 아니었으며 이들은 2001년 원고들에 대한 출생신고를 했고, 원고들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됐다.

다만 2008년 부모들이 혼인신고를 한 이후 관할 행정청은 원고들에 대한 출생신고가 '외국인 모와의 혼인외자(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생한 자) 출생신고'에 해당해 정정 대상이라며 2009년 원고들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말소했다. 이후 원고 아버지의 신고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등재됐지만, 국적이 중국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들에게는 각각 2015년, 2017년에 주민등록증이 발급됐다. 원고들은 성인이 된 2019년 법무부에 국적법에 따라 국적 보유 판정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적 비보유 판정을 내렸다. 원고들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국적 비보유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관할 관청에서 원고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한 행위가 '공적 견해표명'으로서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관청에서 원고들의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한 만큼 이를 신뢰한 원고들을 보호해야 하는 지가 관건이었다.

1심에서는 법무부의 국적 비보유 판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2심(원심)에서는 법무부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원고들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들의 대한민국 국적 보유를 인정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주민등록번호와 이에 따른 주민등록증을 부여한 행위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2006년 판례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주민등록이 계속 유지된 이상 원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공적인 견해표명도 계속 유지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이 미성년자였을 때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국적법에서 정한 간소한 절차에 따라 한국 국적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들이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행정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이를 신뢰했고, 결국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적은 대한민국 국민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를 향유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전제가 된다. 이 사건 판정을 통해 원고들은 평생 동안 보유했다고 여긴 대한민국 국적이 부인되고 그 국적의 취득 여부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 결과 자신들이 출생하고 성장한 대한민국에 체류할 자격부터 변경되는 등 평생 이어온 생활의 기초가 흔들리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원고들의 부모에게는 원고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국적 취득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의 부모가 아닌 원고들에게도 같은 안내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원고들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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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