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국힘 '보수텃밭' 4곳서 당선…후보 단일화 야권도 2곳 승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울산지역은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총 6개 선거구 중 4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전국을 휩쓴 '정권심판론'의 두 가지 악재를 극복하고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저력과 견고한 지역 기반을 확인한 선거가 됐다.

울산 발전의 역사를 함께 한 '지역 일꾼'들로 구성됐다는 평가 속에 국민의힘의 '인물론'이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야권도 노동자 세력이 강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북구와 동구에서 각각 당선자를 내며 '보수 텃밭' 울산에서 새로운 정치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공천 잡음에 분열한 국민의힘… 위기론 보수 결집 불러



2020년 4·15 총선과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야권을 압도해 온 국민의힘은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구갑, 남구을, 중구, 북구, 동구, 울주군 등 6개 지역구 모두 석권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고, '공천이 사실상 당선'이라는 기대 속에 중앙당 공천 결과에 더욱 집중했다.

울산 지역구 2~3곳의 현역 의원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현역인 북구를 제외한 5개 선거구의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들의 긴장감은 높아갔다.

특히 4선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의원이 중앙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당 대표까지 내려놓으며 자신의 지역구인 '남구을' 사수 의지를 밝히자 지역 정가가 요동쳤다.

중앙당 눈 밖에 난 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3선의 울산시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맹우 전 시장까지 출마를 선언했다.

거물급 정치인들의 공천 경쟁이 벌어지며 국민의힘 소속 광역·기초의원들도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분열하며 갈등이 양산됐다.

김 의원에 대해 자기 이익에 연연해 선당후사를 내팽개쳤다는 내부 비판도 상당했다. 하지만 당 대표를 하며 지역 정치 역량을 중앙까지 확장시킨 경륜과 정치 자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역 민심이 모이면서 무난히 5선에 성공했다.

울산의 대표적 보수 텃밭 중 하나인 '남구갑' 선거구에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표출됐다.

해당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낸 현역의 이채익 의원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김상욱 변호사와 제대로 된 공천 경쟁도 없이 사실상 컷오프된 것이다.

김 변호사가 국민추천제로 '남구갑' 후보로 확정되자 울산지역 국민의힘 지지자 모임은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김 변호사가 지난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민주당 측 인물이라며 시민 의견을 배제한 공천이라고 반발했다.

이 의원도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며 논란을 키웠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도 하기 전에 내부 분열이 가속됐다. 잘못된 공천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지역 여론도 형성되며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 전은수 후보와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진행됐다.

울산에서 가장 보수색이 강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돌며 '남구갑'은 '국민의힘 위기론'의 진앙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선거 막판 보수 지지 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지면서 초선의 국민의힘 김상욱 변호사가 무난히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후보 단일화로 집권 여당에 맞선 야권, 새로운 정치 변화 예고



민주당과 진보 정당 계열로 구성된 야권은 후보 단일화로 이번 총선에 나섰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잇단 완패로 어느 선거 때보다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위치해 있어 한때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렸던 북구와 HD현대중공업이 입지한 동구는 노동자 세력이 강해 울산지역에서 야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 지역은 후보 단일화 결과에 따라 야권 후보의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만큼 후보 단일화를 위한 내홍도 이어졌다.

특히 북구의 경우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되자 현역의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이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갈등이 양산됐다.

야권 지지표 분열로 여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결국 윤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이후 여론조사를 거쳐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됐다.

북구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윤 후보는 탄탄한 지지기반과 후보 단일화라는 양쪽 날개로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하며 당선됐다.

북구와 함께 후보 단일화 여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던 동구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단일화가 무산됐다.

대중적 지지도에서 앞선 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지역 노동조합 지지를 받은 노동당 이장우 후보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면서 각자도생의 선거구도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동구지역에서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지 기반이 확실한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의 재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느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김태선 후보에 표를 몰아주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김 후보가 개표 내내 뒤지다 막바지에 권 후보를 568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초선에 성공했다.

수십년간 지방 권력을 독점해 온 여권을 심판하겠다며 야권 단일화를 무기로 총선에 나선 야권은 북구와 동구에서 잇따라 당선자를 내며 보수가 주도해 온 울산의 정치 지형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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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