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유신 타도' 민주인사 6명 손해배상 항소심도 승소

유신 비판 '함성' 등 배포…불법 체포·구금·가혹행위 피해
"기본권 보호해야 할 국가가 불법행위, 위자료 지급해야"

전국 최초로 박정희 유신 독재에 맞서 싸운 이른바 '함성지' 사건으로 불법 구금·고문 피해를 당한 민주인사들이 국가에 낸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김성주·최창훈·김진환 고법판사)는 '함성지' 사건과 관련해 국가폭력 피해를 당한 민주유공자 6명과 이들의 가족 3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소송 원고는 시인인 고(故) 김남주씨와 이강 광주전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김정길 6·15공동선언 남측대표·김용래·이평의·윤덕연씨와 이들의 가족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수사·처벌이라는 공무 집행의 외관만 갖추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함성지' 사건 피해자인 원고들에게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폭력 피해자 6명이 '함성지' 사건 직후 경찰의 불법 수사로 대학에서 제적당하거나 교원 임용이 취소되는 등 불이익을 당한 사실을 인정, '1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국가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다만 '함성지' 사건이 없었다면 원고들이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수입 상실액(일실수입)에 대해서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활 지원금을 받은 사실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 각 원고의 일실수입 청구를 제외한 손해배상 위자료를 상속 분에 따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전남대학교 학생이었던 고 김남주와 이강을 비롯한 원고 6명은 1972년 12월과 1973년 3월 유신 독재를 강하게 비판하는 선언문이었던 지하신문 '함성'·'고발' 등을 뿌리며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이들은 유신 체제에 동조하는 행동을 죽음의 행렬·노예의 길로 묘사하며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함성지 사건'로 불리운 유신 독재 이래 전국 첫 저항 운동이다. 함성지 사건을 계기로 향후 반독재 투쟁 의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이 사건으로 경찰에 불법 체포·구금(각 구금일 167~284일)돼 고문·가혹행위를 당했다.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2021년에야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앞선 1심은 ▲국가가 국민의 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린 점 ▲국가가 원고들의 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해 불법성이 매우 큰 점 ▲원고들이 사회적·경제적 불이익(대학 제적 처분, 추후 심사에서 교사 임용 취소, 사회적 낙인 등)을 겪은 점 ▲50년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두루 고려해 원고 승소 판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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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