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불효자 양성법으로 정당성 상실"
정부 "재산 관련 갈등 완화하는 완충장치"
2010년, 2013년에는 유류분 합헌 판결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금액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가 내일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진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진행한다.
유류분 제도는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으로, 특정인이 상속분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77년 도입됐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망인의 자녀와 배우자는 각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씩 보장받는다.
가령 부모가 두 자녀에게 총 2억원의 유산을 남겼을 경우 각각의 법정상속분은 1억원이며, 유류분 제도에 따라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5000만원을 최소 금액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유류분 제도 이전까지 민법은 호주를 승계하는 장남이 가장 많이 상속받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 전부 남편 명의로 돼 있거나, 부인과 딸은 배제된 채 아들에게만 상속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딸의 유산을 받아 가면서 상속제도 전반에 대한 개정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구하라씨 사망 당시 민법 1004조에서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피상속인의 살해, 상해 등으로만 제한했기 때문에 부양의무를 해태한 부모도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점, 민법 제1008조의 2에 따라 기여분 산정을 특별한 경우에만 인정한 점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유류분 제도에서 별도의 상실 사유를 두지 않아 범죄자도 유류분에 따라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후 해당 내용이 개정된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제20대 국회에서는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제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인 상황이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 선고에 앞서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위헌심판을 청구한 청구인들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본래 도입 목적이었던 '남녀평등 실현'의 정당성은 거의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유류분 비율이 일률적이고,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두지 않은 점 등도 위헌 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공개변론 자리에서 "유족의 생존권 보호 등 전근대적인 공익을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권 행사를 소급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가 '사후 재산 분배'라는 상속제도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모와 자녀 간 전혀 교류가 없음에도 부모의 사망 후 유류분 소송을 내는 사례들을 지적하며 '불효자 양성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구인 측은 "유류분 제도가 도리어 가족의 연대를 해치고 있다"며 공익 목적 등 특수한 증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측에서는 '망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일부를 공평하게 분배해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장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유류분 제도가 없을 경우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 자체의 위헌성보다는 법리 해석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유류분 제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헌재가 25일 선고하는 유류분 제도 관련 사건은 40여 건이다. 대표적으로는 생전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A씨의 자녀들이 유류분을 돌려달라며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포함됐다.
앞서 2010년, 2013년에도 각각 유류분 제도의 위헌법률심판이 진행됐지만 2010년에는 합헌 7인, 한정위헌의견 2인으로 합헌 유지됐다. 2013년에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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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