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차담 앞서 A4지 원고 10장 들고 15분간 모두발언
민생회복·국정기조 전환·특검·의정갈등 등 의제로 올려
"2년간 정치 실종, 과도한 거부권으로 법치주의 위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양자 회담에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달라"며 과거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채 해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했다.
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에둘러 언급했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에 대해서도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여의도에서 용산이)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700일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 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우리 국민들께서는 선거를 통해서 민생과 경제 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명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비공개 차담회에 앞서 미리 준비한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15분가량 읽으며 그간의 국정기조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저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 침해하는 시행령이라던지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 속에 국정을 함께 이루는 수레의 두바퀴"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민생회복지원금 관련해선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지역화폐로 지급을 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R&D(연구개발)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개혁과 연금개혁 등 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해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부여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자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의료 개혁에 대해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연금개혁 과제에 대해선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라는 개혁안이 마련됐다"며 "대통령께서 정부여당 책임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과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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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