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논란에 외식업계 벼랑끝…양곡법·농안법 직회부 논란

쌀 의무매입제·농산물차액지급제 본회의 표결 예정
농민·외식단체들 "품목 쏠림·품질 저하 현상 우려"
21대 국회 마지막도 강대강…尹, 거부권 행사 주목

쌀 의무매입제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주요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주는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야당 단독으로 직회부된 두 법안은 막대한 재정 투입과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 한 달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가 또 다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지 주목된다.



4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 등을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단독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열고 해당 법안들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제2의 양곡법으로 불리는 양곡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기준보다 폭락 혹은 폭등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판매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준 가격은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15명 내외의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통해 심의한다.

농안법 개정안도 유사하다. 주요 과채류 가격이 기준보다 떨어지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양곡법과 마찬가지로 심의위원회를 두고 대상 품목, 기준 가격, 차액의 지급비율 등을 심의·의결한다.

정부는 두 주요 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늘린 점을 강조하면서, 법안들이 시행되면 쌀 공급과잉과 가격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의 생산 쏠림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양곡법과 농안법 모두 정부가 사주고, 가격을 보장해주면 특정 품목에 쏠림현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그쪽(의무매입·가격보장)에 집중하면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농촌 청년유입, 디지털 전환 등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즉, 농업 전반이 아닌 특정 품목에 대한 과도한 재정투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의 핵심이다. 농민단체들도 타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며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다. 매년 쌀매입과 가격 안정 비용에 수조원을 쓰게 되면 다른 식량안보에 중요한 품목에 대한 예산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농업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번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쌀을 제외한 콩·밀 등 식량안보에 중요한 다른 품목에 대한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제도 시행에 따른 재정 소요 규모와 지원 대상이 아닌 타 품목과 형평성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양곡을 제외한 축산업 등 타 품목에 대한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주축으로 하는 외식업계도 우려를 표했다. 농산물 가격안정제로 인해 식재료 비용은 커지고 품질은 저하되거나, 품목 쏠림 현상으로 타 농산물 품목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소상공인이 대다수인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비용 부담 증대와 소비침체로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시행되면 식재료 비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소비 주체인 외식업주들의 경영애로가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식산업협회도 "농산물 가격안정제로 특정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그 외 품목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우리 외식업체들은 더욱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농안법 개정안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양곡법에 대해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며 첫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새 양곡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을 수정해 재발의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경제적 이슈는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거부권을 이미 행사한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기 때문에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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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