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 VIP 격노' 김계환 사령관 14시간 조사…묵묵부답

조사 기록 경찰 이첩 보류·중단 혐의
군검찰 조사에선 'VIP 언급 안 했다'
공수처, 신범철·이종섭 등 소환 예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넘게 조사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 사령관을 4일 오전 10시부터 이튿날인 5일 오전 0시25분까지 약 14시간25분(휴식·조서 열람 시간 포함) 동안 조사했다.



공수처는 A4용지 20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다. 김 사령관은 변호인을 대동하지 않고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김 사령관은 조사를 마치고 나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한 말씀 해달라', '외압이 없었다는 입장 여전하시나', '변호인 없이 조사 받은 특별한 이유 있나', '추가 조사 일정 정해졌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사령관은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VIP가 격노했다는 말 전했나',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라는 말 들은 적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청사로 입장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대상으로 'VIP 격노' 발언의 출처 및 진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및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7일 약 4시간 약식조사를 받은 이 전 장관을 제외하면, 김 사령관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은 세 번째 핵심 피의자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 채상병 사망 이후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는 해병대 수사단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수사단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지만, 김 사령관은 이를 보류·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박 전 수사단장에게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시기 이 전 장관의 출장을 수행하던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통령실이나 이 전 장관 등 윗선의 지시에 따라 수사 축소 및 방해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에서 박 전 단장에게 VIP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23일 이 전 장관 등 군 관련자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고발인 조사를 거친 공수처는 지난해 9월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를 조사했다. 지난 1월에는 유 법리관리관과 해병대 사령관 집무실 등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어 지난달 26일과 29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조사했다. 지난 2일에는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김 사령관과 함께 이 사건 핵심 피의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공수처는 이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 전 장관과 대통령실 윗선 등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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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