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카카오 상승세 고물가 부채질…먹거리 가격 부담 커진다

세계 곳곳 가뭄·폭우·병충해 등으로 원재료값 상승세
가공식품 1.6%·외식 3.0%로 둔화했지만 향후 상방요인
"내수 소비 영향 주는 요인…근원물가 자극할 우려"

지난달 물가가 석 달 만에 2%대로 둔화했지만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여전한 강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의 물가는 전달보다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먹거리 가격의 부담을 가중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물가지수는 118.96(2020=100)으로 전년대비 1.6% 상승했다. 이는 전월(1.4%)보다 상승폭이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1%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공식품은 지난 2022년 12월 10% 상승률을 기록 후 서서히 둔화해 지난 1월(3.2%) 이후 2월(1.9%), 3월(1.4%), 4월(1.6%) 세 달 연속 1%대를 유지 중이다.

외식물가지수는 120.53(2020=100)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0% 상승했다. 외식 물가 역시 2022년 9월 9.0%를 기록 후 올해 2월 3%대로 접어들었다. 이후 3월(3.4%), 4월(3.0%)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외식물가가 3%대 증가율을 나타낸 건 2021년 10월(3.4%) 이후 2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농산물을 제외하고 서민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는 상승폭이 둔화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두 품목 모두 생활물가지수(3.5%)보다 상승폭이 작다.

하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기후변화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초콜릿의 원료 가루인 코코아는 지난해 생산이 급감하면서 올해 초부터 가격이 급등했다. 그 배경에는 이상기후가 있다. 세계 코코아의 과반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서아프리카는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극심한 가뭄과 폭우를 겪으면서 카카오 재배가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초콜릿 업계 1위인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부터 평균 12%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인상 품목은 코코아를 원료로 한 초콜릿류 건빙과 17종이다. 초코 빼빼로, 크런키, ABC초코, 구구크러스트 등이다. 당초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계획을 연기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외식과 제과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커피 원두의 생산지인 베트남도 가뭄으로 인해 원두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로부스타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줄면서 지난달 말 원두의 선물 가격이 60% 넘게 급등했다.

아라비카 원두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브라질도 냉해 피해와 커피녹병(커피 잎을 말라 죽게 하는 곰팡이의 일종)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상승했다.

두 원두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업계의 가격 압박이 커졌다. 더벤티(the Venti)와 하삼동커피 등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음료값을 줄인상했다.

설탕 주요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도 엘니뇨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설탕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설탕값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원재료로 쓰이는 소스류, 김치, 밑반찬 등 가공식품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국제 설탕가격지수는 인도와 태국에서 기존 전망치보다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월보다 4.4%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께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백설 자일로스 설탕' 1㎏ 가격은 지난달 셋째 주 기준 전년보다 37% 상승했다.

물가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주요 식품기업 17곳과 외식업체 10개 사와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최근 가격이 오르고 있는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신규로 적용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간 설탕, 커피생두 등 수입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확대하고, 커피와 코코아 등 수입 부가가치세를 내년 말까지 면세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경제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내수 소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변화를 잘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최근 카카오, 커피, 설탕값이 상승세인데, 더 많이 오르게 되면 가공식품이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가공식품을 포함한 근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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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