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개 시나리오 가지고도 모수개혁 도출 안해
국회, 민간자문위부터 삐걱…공론화에도 합의 실패
22대 국회 기간 지방선거·대선 등 선거 일정 수두룩
일각선 "정부도 국회도 개혁 말만…무책임 해" 비판
정부와 국회가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2년간 개혁을 추진했지만 정작 책임을 떠넘기면서 무산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들이게 됐다.
8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연금개혁이 사실상 불발됐다. 정부는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을 추진하도록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남은 기간이 21일인 점을 고려하면 반전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기금 소진 우려가 커지자 사회적으로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4개의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진전 없이 종료됐다. 이후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초창기부터 교육과 노동을 합쳐 연금을 '3대 개혁' 중 하나로 꼽고 중점 추진해왔다.
국회에서도 연금개혁 추진에 발 맞춰 지난 2022년 10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발족했고 11월에는 민간자문위원회가 구성됐다.
당초 민간자문위에서 2023년 1월까지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마련하면 연금특위가 4월까지 개혁안을 만들고 정부가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민간자문위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복지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지난해 1월에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국회 연금개혁 지원을 위해 당초 법에서 정한 기한인 3월보다 2개월 앞당겨 발표한 것이다.
추계 결과에 따르면 연금기금은 2055년 소진되는데, 이는 5년 전인 제4차 추계때보다 2년 앞당겨졌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드러낸 것과 달리 연금개혁의 첫 단추였던 민간자문위에서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현행 보험료율은 9%,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로 정해졌는데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에,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집중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3년 1월까지였던 민간자문위 개혁안은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 대신 구조개혁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기로 하고 제출 기한을 한 달 연장했으나 이마저도 준수하지 못했다.
두 차례 기한을 넘겨 3월에 제출한 민간자문위 경과 보고서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입장과 소득대체율 인상 불가를 주장하는 입장이 대립했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서는 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해 자문을 하는 재정계산위원회를 통해 개혁안을 준비했고, 위원회에서 2093년까지 기금 소진을 막겠다는 목표로 보험료율을 크게 12%, 15%, 18% 등으로 구분해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나 재정 안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수안,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소수안으로 하자는 내부 의견에 반발이 일면서 소득 보장 강화측 위원들이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소득대체율 강화 방안은 빠진 채 재정계산위원회 초안이 발표됐고 이에 대한 지적이 일자 10월에 소득대체율을 45%, 50%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포함해 최대 24개에 달하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단 정부는 10월 말 정부의 연금개혁안인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제시하지 않았다. '맹탕'이라는 지적이 일자 당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에 대해 점진적인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보험료율은 국회 논의를 통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는 민간자문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1안과 보험료율 15% 인상 및 소득대체율 40% 유지 2안을 제안했다.
국회는 연금개혁에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지난 1월 말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총 네 차례에 걸친 방송토론회까지 거치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인상의 '대안1'이 다수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연금연구회 등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건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정부와 여당도 '대안1'에 난색을 표하면서 여야가 다시 협상에 들어갔으나 여당에서는 소득대체율 45%, 야당에서는 소득대체율 43%를 고수하며 입장차를 더 좁히지 못해 결국 개혁은 실패로 귀결됐다.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연금개혁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반기 원 구성과 국정감사를 치르면 사실상 올해는 지나가는 상황에서 내년이 되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1년, 내후년이 되면 제22대 대통령 선거가 1년, 그 다음해에는 다시 제23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다.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연금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이 선거철을 앞두고 진행되기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달아 선거철로 접어들게 되는 셈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정부도 3대 개혁으로 꼽으면서 자기들이 개혁을 하겠다고 했고, 국회도 민간자문위를 꾸리고 공론화위원회까지 하면서 개혁을 하겠다고 해놓고 무산된 건 결국 정부도 국회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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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