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계도하면 뭐하나' 불법 노점상에 잠식된 청주 전통시장

올해만 476건 신고…과태료 부과는 고작 '30%'
점포주 "세금 내는 우리만 피해"…가판대도 난립

"세상이 어느 때인데, 불법 노점상을 눈감아 주나요. 오히려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점포주들이 피해를 봅니다. 노점을 깐 장소도 대부분 시장 입구 주변이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충북 청주의 전통시장이 불법 노점상과 가판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불법 노점상까지 난립하면서 '이중고'에 빠졌다. 지자체가 수시로 계도와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대부분 그때뿐이다. 삶의 터전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식 영업을 하는 60~80대 노점상인들에게 전통시장 주변은 사실상의 '치외법권' 지역이다.


16일 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청주지역에서 1185건의 불법 노점상 신고가 접수됐다. 올해 1월부터 신고 건수는 476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전통시장과 번화가 주변이다.

특히 전통시장 규모가 큰 육거리종합시장과 복대가경시장 주변이 심각하다. 관할 구청 신고 건수가 다른 구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육거리종합시장의 경우 20여 명의 노점상과 각종 가판대가 시장 입구를 빼곡히 메운다. 보행자 도로 한쪽을 점령해 통행자에게도 불편을 끼치기 일쑤다.

노점상은 육거리종합시장 상인회 소속도 아니다. 상인회에서는 시장 내부에 노점을 펼칠 것을 권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통하지 않고 있다.

유현모 육거리종합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 특별법상 상인회가 관리하는 전통시장 안에서는 회비를 내고 노점을 할 수 있다"며 "노점상 대부분이 행인이 많은 인도를 선호하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60대 노점상은 "시어머니 때부터 이 자리에서 30~40년째 장사하고 있다"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우리에게 자리를 옮기라는 건 가혹한 처사"라고 따져 물었다.

노점상 피해를 보는 한 점포주는 "누구는 돈이 남아서 건물 임차료와 세금을 내면서 장사를 하는 줄 아느냐"며 "상인회 회비만 내면 시장 내 노점을 허용하겠다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건 놀부 심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할 지자체의 느슨한 단속도 문제다.

십수 년째 강력한 법 집행 대신 계도와 대화를 통한 자진 정비를 유도 중이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 지난해 신고 대비 과태료 부과 비율은 24%, 올해는 30%에 그치고 있다.

노점상에게 부과되는 도로 무단점용 과태료도 최대 20만원에 불과하다. 시장 밖 보행자 도로에 불법 가판대를 설치한 상인에 대한 과태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단속 대상이 한두 명이어야 과태료 부과로 해결하는데, 수십 명이 모인 집단에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집단 노점상들이 불법에 대한 인식이 매우 적은 편"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불법 가판대 점포주들과도 사용료 징수나 자진 철거 등을 놓고 협의 중"이라며 "최근 성안길 노점상의 자진 철거를 유도한 만큼 전통시장 주변의 불법 노점상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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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