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금지' 정부 혼선 놓고 양측 공개설전 벌여
오세훈 "모래주머니라도 우선 급하게 쌓는게 상책"
유승민 "뜬금 없는 뒷북…대통령실에 말할 배짱 없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20일 정부의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 혼선과 관련해 정면 충돌했다.
오 시장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모래주머니라도 급하게 쌓는게 상책"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자 유 전 의원은 "뜬금없는 뒷북",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말할 배짱은 없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다시 "제 의도를 곡해했다"며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돼야 한다"고 반격을 가했다.
이날 오 시장은 "강물이 범람하는 데 제방 공사를 논하는 건 탁상공론"이라며 "유해물질 범벅 어린이 용품이 넘쳐나고, 500원 숄더백, 600원 목걸이가 나와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놓고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제"라며 정부를 두둔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정부의 해외직구 금지 규제에 대해 비판을 가한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겨냥한 듯,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 해야 할 때에 마치 정부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도 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이날 "오 시장의 뜬금 없는 뒷북에 한마디 한다"면서 "오 시장의 입장은 정부가 16일 발표한 해외 직구 금지에 찬성한다는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유 전 의원은 "사흘 만에 (직구 금지를)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해외 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똑바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말할 배짱이 없느냐"고 했다.
그는 "정부가 80개 제품의 해외직구를 금지한 조치는 유해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KC(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만을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금지하니 국민들의 비판이 폭발한 것"이라며,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재차 반박에 나섰다.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이번 직구 논란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국민 안전, 자국 기업 보호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며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고민이 깊은 사안"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정부 정책에 일부 거친 면이 있었고 성급한 측면도 있었기에 사과까지 했지만 애당초 전체 직구도 아니고 어린이용, 전기·생활 등 우리 일상에 밀접한 제품만 규제하겠다고 한 것에는 이런 고민이 녹아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세 가지 점을 균형있게 고려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인데 유승민 전 의원은 저의 의도를 곡해한 듯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당 의원이라면 페북보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일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게 우선 아니겠냐"며 "'여당 내 야당'이 돼야지,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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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