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위반' 前베트남대사 항소심도 벌금형

기업으로부터 항공료·숙박료 받은 의혹
1·2심 "대사 업무 아냐" 벌금 300만원
해임 처분 불복해 행정소송 제기하기도
대법원 "통상 범위 벗어나" 패소 확정

베트남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고급 숙소를 제공받는 등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도현 전 베트남 대사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김지선·소병진·김용중)는 2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사에게 1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379만여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대사는 지난 2018년 10월께 베트남 현지 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고급 숙소를 제공받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외교부는 2019년 3월 정기감사 과정에서 김 전 대사의 비위 혐의를 발견해 귀임 조치하고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며 그를 검찰이 고발 조치했다.

당초 이 사건은 검찰이 지난 2022년 8월 벌금 500만원에 김 전 대사를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정식 공판을 통해 사건을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 등이 별도 지위에서 직무 관련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 사건 수수 주체는 피고인으로, 배우자 명의로 발권이 됐다는 사유만으로 금품수수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또 "외교 총책임자이고 사기업 소수와 접촉하는 미팅을 주선하고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은 대사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공직자 업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김 전 대사 측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항소심 역시 "원심에는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고, 양형이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인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발생한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자주파였던 그는 2004년 외교부 북미국 일부 직원들의 노 전 대통령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을 청와대에 투서했다. 그 파문으로 위성락 북미국장과 윤영관 외교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김 전 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친노 인사'로 분류돼 한직을 떠돌다 2012년 끝내 외교부를 떠났고, 이듬해 9월 삼성전자에 임원으로 영입됐다. 그러다 지난 2018년 4월29일 외교부가 단행한 춘계 공관장 인사에서 대사로 발탁됐다.

한편 김 전 대사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임됐다. 그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1심은 외교부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김 전 대사의 해임 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김 전 대사 부부가 제공받은 숙소 등은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한 것이라며 김 전 대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사관에서는 외부 출장의 경우 1박당 숙박비를 200달러 이하로 책정했으나 김 전 대사는 1박당 530달러의 숙박을 추진했다"며 사실상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다며 판결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대법 판결 취지에 맞게 외교부의 김 전 대사 해임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지난 9일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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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