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60% 이상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원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종부세가 부동산 자산 상위권 1%를 구별할 변별력이 없다고 보고 종부세 폐지까지도 고려하는 세제개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 비중은 전체의 39.67% 수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9억원 이하 매물은 상당수가 노원구(83.59%), 도봉구(91.82%), 강북구(81.95%) 등 서울 외곽에 몰려 있었다.
최근에는 강북에서도 집값이 올라 9억원 기준을 넘기기 시작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래미안2차의 경우 올해 초 전용 면적 81㎡가 8억9000만원(6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7일에는 9억4500만원(21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된 종부세는 상위 1% 미만의 고가 및 다주택 보유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의 개념이었으나 2018년 공시가격, 종부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이 높아지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현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의 공제금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2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고 최고세율은 6%에서 5%로 인하했다.
하지만 주택가격 급증으로 서울 시내 주택가격이 대부분 9억원을 넘기게 되자 단순히 주택가격 및 주택 개수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현 과세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 폐지 등을 포함해 종부세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야당에서는 1주택자만 종부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정부는 종부세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 검토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는 종부세의 다양한 왜곡 중 한 부분만 건드린 것으로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종부세 전반을 재검토해서 과세형평 및 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로는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없다며 부동산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려면 전반적인 세제개편과 다주택자 규제 완화까지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가 재산세와 이중과세가 된다는 부분은 예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며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1주택자만 빠지게 되면 똘똘한 한 채를 찾기 위해 서울이나 수도권 쪽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종부세의 폐지보다는 수정보완될 가능성이 높으나, 단순히 적용기준금액을 바꾸는 정도로는, 주택거래 활성화같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일부 고가구간의 주택거래가 늘어날 수는 있겠으나 폭증은 아닐것이고, 똘똘한 1채 선호같은 양상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 조정(폐지, 수정보완 등)이 유의미한 시장효과를 내려면, 다주택자 규제완화와 함께 이루어져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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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