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꽃 길' 터주고 당심 강화…'이재명당' 완성에 당내 민주주의 우려

당헌·당규 개정으로 이재명 당대표 연임 가능해져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
이재명·강성 지지층 영향력 확대에 '일극체제' 우려 커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와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면 당내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가 강화된 가운데 민주당이 '이재명 대권맞춤당'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과 관련해서는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들어갔다. 현행 당헌에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개정 시안에는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나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지도부는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의 문구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해 삭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궐위와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 대표 연임과 대권 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퇴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당무위 의장은 당 대표가 맡고 있다.

현행 당헌대로라면 8월 당대표 임기(2년)가 끝나는 이 대표는 연임하더라도 차기 대선을 1년 남겨둔 2026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당헌이 개정되면 2026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한 후 차기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질 시점에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

이에 원조 친명계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도 공개적으로 사실상 이 대표 연임을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고 규정하며 대권·당권 분리 조항을 완화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5선의 박지원 의원도 전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과 같은 '위인설관' 방식의 당헌·당규 개정을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라며 "무리한 당헌 개정은 국민으로부터 더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대표도 지난 7일 심야 최고위에서 당 대표 사퇴 시한에 대한 개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구체적 문구를 뺀 수정안으로 설득하면서 결국 의결이 이뤄지게 됐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내에서 (개정 관련) 특별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고위는 또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역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조처로 '방탄용'이라는 논란이 일 수 있는 조항이다.

이와 함께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는 내용 등 권리당원 권한 강화 조항은 최종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중진들을 중심으로 당적을 보유할 수 없는 의장 선출에 당원투표를 반영하는 규정을 두고 대의민주주의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권리당원 다수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부 권력 지형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의 장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연임 분위기도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권리당원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이 대표의 당권과 대권을 일치시키는 개정안"이라며 "이 대표를 위해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 당내 민주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잇따른다.

한 중진 의원은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홍위병 정치'가 짙어질 수 있다"며 "지도부가 충분한 숙의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당원 중심 정당으로 가자는 걸 부정하겠나. 문제는 당원은 다 옳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접근하는 시각"이라며 "권리당원의 당심에 소수 유튜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당원 여론이 곧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는 인식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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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 한지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