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ㅎㄱㅎ' 법정 공방…국정원 수사관 "손수건 이용해 北공작원 접선"

피고인들 혐의 부인…채증 영상 원본 따져봐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알려진 제주 'ㅎㄱㅎ'와 관련해 7년 전 캄보디아에서 채증 작업을 벌인 국가정보원(국정원) 수사관이 법정에서 피고인과 북한 공작원이 손수건으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접선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국정원이 채증한 영상과 사진에 대해 '무결성' 의문을 제기하면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홍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현우(49)·강은주(54)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고창건(54)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구속기소됐던 박 전 위원장과 고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보석된 바 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국정원 수사관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2017년 캄보디아에서 강 전 위원장이 대남 공작원들과 접선한 모습을 목격해 이를 채증하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이 사건 핵심 인물이다.

재판부는 국정원 수사관의 신변을 고려해 방청석 간 차단막을 설치해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에게 당시 강 전 위원장과 북한 공작원 목격 경위, 본인 촬영물, 원본 파일 유무 등에 대해 물었다.

A씨는 2017년 7월29일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강 전 위원장과 대남 공작원들이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5시께 앙코르와트에서 접선이 이뤄졌다. 강 전 위원장과 공작원 1명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거리를 두고 이동했다"며 "또다른 공작원 1명은 이들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변을 감시하는 '역감시' 정찰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작원들이 당시 강 전 위원장을 만나기 직전 한국인 1명과도 접선했다. 이들 모두 백팩을 매고 모자를 썼으며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는 행동을 했는데, 공작원들이 외부인과 접선할 때 흔히 보이는 방법"이라며 "강 전 위원장과 해당 한국인이 북한 공작조와 접선했으며 국내에서도 만난 정황을 확인해 이들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A씨는 동료들과 24시간 교대로 한달 간 이들을 관찰했다고 진술했다. 또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서 촬영 기기에 있던 메모리카드를 빼내 촬영 날짜, 시간, 상황, 기기 촬영자 등을 기재해 분리보관했다고 덧붙였다. 원본 영상과 사진 등은 증거로 제출됐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피고인 측 변호인이 제출된 영상과 사진에 대해 열람증사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대신문을 보류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해외에서 채증된 영상이 조작된 것이 아닌 원본 파일이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 들였다. 국정원이 채증한 영상과 사진 등에 대해 확인절차를 거친 뒤 피고인 측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주는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다음 기일 전까지 증거 제출 영상·사진 목록과 동일성 입증 계획 등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9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는 이적단체인 'ㅎㄱㅎ'를 결성해 국가안보 위해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ㅎㄱㅎ'가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주요 혐의만 12개에 이른다.

'ㅎㄱㅎ' 총책으로 지목된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3명과 접선해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및 장비를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령 수행을 위해 국내 입국한 혐의(특수잠입·탈출, 회합)를 받는다.

이들은 '사이버 드보크(외국 이메일 계정을 통해 교신하는 방식)'로 문화교류국과 통신했으며,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 문건 13개와 북한에 전달한 보고서 14개를 확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ㅎㄱㅎ' 노동 부문, 고 사무총장은 'ㅎㄱㅎ' 농민 부문 책임자로 구분됐다.

다음 재판은 7월 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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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