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 대표 출마 임박…'대세론'에 당권 주자들 견제 본격화

'한동훈 대세론'에 당권 주자들 잇따라 비판
총선 참패 책임·원외 한계 등 대세론 무력화
나경원 "원외 당 대표, 여러 어려움 있을 것"
윤상현 "총선 패배 책임…뭐 하러 사퇴했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만간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힐 것으로 보인다. '대세론' 형성한 한 전 위원장의 출마가 임박하자 유력 당권 주자들이 잇따라 견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총선 참패 책임, 원외 한계 등을 지적하며 한 전 위원장의 대세론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 1호 영입 인재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부산진갑)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더 이상 (출마 결정을) 미룰 수 없는 때다. 다음 주까지 동향이 확실히 결정될 것"이라며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측근들과 개별적으로 만나며 출마와 관련한 의견을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선거 캠프를 꾸리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0~23일 후보 등록을 받아 25일 전후로 명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권 주자들이 그전까지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에선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말이 나오면서 경쟁자들의 견제구가 쏟아지는 모양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의 전장이 국회다 보니 원외 당대표의 경우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아닌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의회 민주주의가 파탄나고 있는데, 결국 정치의 중심은 국회일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상당한 의회 독재를 해갈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에, 당의 모든 에너지를 모으면서 필요에 따라 민주당과 협상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총선 패배 책임지고 사퇴한 분이 (당 대표) 자리에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며 "그러면 뭐 하러 사퇴했나. 당 대표를 맡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는 논리는 민주당식 궤변"이라고 한 전 위원장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는 수도권 당선자와 낙동강 험지에서 승리한 분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패배 책임 있는 분에게는 벌을 주고 험지에서 승리한 분에게는 상을 주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리 당의 혁신 방안이나 연금 개혁 등 미래 비전에 대한 경쟁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로지 특정인의 출마, 계파나 권력 충돌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고 꼬집었다.

전당대회 규정(룰) 개정과 관련해서는 "총선 참패 이후 당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리는 더 달라져야 하고, 더 반성해야 한다"고 당의 혁신을 촉구했다.

30대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도 전날 "당의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 의원이 속한 3040 세대 원외 모임 '첫목회'는 앞서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최근에 "한 전 위원장이 유리하다는 룰에 모두 반대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당권 주자들 외에 친윤(친윤석열)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과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기 전 당 대표직을 맡았으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한동훈 비대위 시절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던 이철규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반대해 왔다.

당 안팎에서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냈던 '승계형 단일지도체제(절충형)' 도입이 무산되면서 한 전 위원장 대세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전당대회 룰이 8(당심)대 2(민심)로 결정된 것도 당권 주자들의 결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달 7월23일 전후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아직 직접적으로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밝힌 인사는 없는 상황이다. '한동훈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유력 당권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유승민 전 의원과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뉴시스가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일반 국민 인식에서는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앞선 지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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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