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서 1800여명 명절 선물' 항소심…검찰 "원심 유지" 요청

경북 김천시에서 벌어진 명절 선물 기부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구고법 형사 1부(고법판사 정성욱)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충섭 김천시장과 전·현직 김천시 공무원 14명과 광고대행사 광고국장의 항소심 3차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대부분은 비서실장, 총무주무관, 청렴감사실장, 면·읍·동·과장 등으로 김천시청에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공무원들이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추가 증인 신청, 피고인 신문 등을 이유로 변론을 분리하고 일부 피고인들에 대해서만 결심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항소는 기각해 주시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해 달라"며 "최초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부인한 피고인에게는 원심의 구형과 같이 징역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들은 최후 변론에서 "비슷한 사건에서 강진군청 공무원들은 공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이 선고됐다"며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점, 원심의 양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피고인들은 즉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게 될 것인 점, 명절 선물을 돌리는 것은 관행이었던 점 등을 종합해 선처해 달라"고 주장했다.

최후 진술에서 피고인들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공직 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속행 공판에서 일부 피고인 및 증인 신문과 함께 김충섭 김천시장 등 3명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피고인들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천시장 후보자가 되고자 했던 현직 김충섭 시장을 위해 명절 선물을 제공하는 등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천시의 시정 전반을 총괄하는 현직 김천시장의 주도 아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이 조직적·계획적으로 기부행위를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무원들은 상대방을 선정하는 역할,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대상자들에게 선물 또는 현금을 전달하는 역할, 선물 대상자 명단을 전달하며 선물할 것을 지시하는 역할, 지시에 따라 선물을 마련해 선물을 전달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했다. 기부행위는 지방선거에서 선거구민인 김천시민들에게 선거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고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인사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김천시 관내 언론사 대표, 기자, 22개 읍·면·동 소속 국회·시·도의원, 전직 시장·부시장·의장·도의원, 유관 기관장, 유관 단체장, 퇴직공무원 등 1834명을 대상으로 명절 선물 또는 현금 등을 제공했으며 66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무원이 선거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형을 확정받으면 5년간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으며 이미 취임 또는 임용된 경우에는 그 직에서 퇴직된다.

1심 재판부는 김충섭 김천시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전 비서실장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전·현직 공무원들에게는 벌금 90만-300만원을, 광고대행사 광고국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행하는 과정에서 김천시청 및 김천시 산하 22개 읍·면·동 소속 공무원들은 별도의 예산이 없어 각종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한 점, 범행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까지 9개월 남았고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속행 공판은 다음 달 22일 오후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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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