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 두번째 주재
"280조 투입했으나 최저…총력 대응"
"인구전략기획부에 예산 사전심의권"
"남성 육아휴직 50%, 여성 80%까지"
"임기내 3~5세 무상 교육 돌봄 실현"
"신혼부부 저리대출, 출산 추가 우대"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저는 오늘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그 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HD현대 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주재했다. 저고위 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두 번째로 직접 주재한 회의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초(超)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위기"라며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년간 28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이 또한 동 분기 역대 최저"라며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 가동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기획하고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와 저출생 전담 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할 계획을 다시 밝혔다.
윤대통령은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였던 인구 문제 전담 부처의 명칭을 인구전략기획부로 정하고 "저출생 대책과 함께 고령사회와 이민 정책까지 포함하는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인구전략기획부에는 저출생 예산 사전 심의권, 인구 정책 기획·평가·조정 기능, 지자체 사업 사전 협의권이 부여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도 저출생 대응 수석실을 둘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우리나라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나라로 확실히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현재 70% 수준인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월 25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등 휴직 초기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 수준으로 150만원이 상한이다.
윤 대통령은 "아빠의 출산휴가도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여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켜나겠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현재 8세까지 가능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12세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2주씩 단기간 사용이 가능한 육아휴직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육아휴직 근로자를 대신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월 120만원의 대체 인력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육'에 관해서는 "부모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 0세부터 11세까지 양육에 관한 국가 책임주의를 완성하겠다"며 "특히 제 임기 내에 3세부터 5세까지의 무상 교육 돌봄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을 확대하고 운영시간을 늘린다.
이어 "제가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늘봄학교는 올해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운영이 확대되고 2026년부터는 모든 학년 아이들이 늘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돌봐줄 부모나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국가의 돌봄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입양 체계를 공공 주도로 전면 개편하고, 입양이 어려운 아이들의 가정 위탁과 사회 진출 자립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출산 가구를 위한 '주거' 지원 방안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출산 가구는 원하는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결혼 전 당첨 이력을 배제하여 추가 청약 기회를 확대하고 신생아 특별공급 비율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이어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주택 매입과 전세자금을 대출하고,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추가 우대금리를 확대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수도권 집중 문제 완화, 고용·연금·교육·의료개혁 등 구조개혁, 사회 전반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긴 호흡으로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고,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한시라도 빨리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해서 국가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회도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전까지 저고위를 중심으로 매월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정책을 수립하고 보완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의 안내로 HD현대 직장어린이집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종이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신체활동 시간에는 줄다리기를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직접 심판을 보기도 했다.
저고위 회의에는 맞벌이 워킹맘, 다둥이 아빠, 청년, 학부모, 기업 대표 등 다양한 정책수요자들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촉직 민간위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 저고위 정부위원과 민간위원들이 참석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강은희 대구교육감 등이, 국회에서는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정재 국민의힘 저출생대응특위 위원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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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