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필리버스터…여 "대통령 탄핵 위한 특검" 야 "은폐 세력 하수인"

여, 야권 주도 채상병특검법에 무제한 토론 맞불
유상범·박주민·주진우 발언…발언시간 7시간 넘겨
민주, '24시간 뒤 토론 종결권' 활용…4일 오후 표결

국민의힘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된 것에 대응하고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의 부당성을 하나하나 따졌고, 민주당은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특검이라는 취지로 맞불을 놨다.

여야는 상대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며 서로 고성을 지르고 자리에서 이탈하는 등 충돌을 빚었다.

◆여 법사위 간사 유상범 4시간18분…"삼권분립 정면 위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유 의원은 "순직 해병 특검법이 가지고 있는 위헌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랐다"며 "오로지 대통령 탄핵 교두보를 위한 특검이고 진실 규명을 위한 게 아니고 위헌적 요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입법부가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을 배제하고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자기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도록 설계한 특검은 삼권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특검 공세의 목적이 '이재명 방탄'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유 의원은 "이재명의 애완견이라는 치욕적인 표현마저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지금의 민주당"이라며 "이재명 전 대표 한 사람을 위한 전대미문의 폭력적 발상을 기어코 실행에까지 옮긴 민주당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 사법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린 역사적 죄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차별, 무더기로 남발되는 탄핵소추안의 결과는 이로 인해 방해받고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이 전 대표의 수사와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분명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의원은 해외 특검 사례 등을 들며 총 4시간18분 동안 발언했다.

◆박주민, 찬성 토론 첫 주자…"국정농단 특검 조항과 같은데 왜 이제와서"

이어 야당 첫 주자로 나선 박주민 의원은 "특검이 통과되면 3개월 정도면 결론 낼 수 있다"며 유 의원이 문제삼은 지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의원은 "수사를 받는 사람이 수사 기간을 정한다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여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한다 또는 대통령이 결정한다라는 것은 현재 지금 드러난 사실관계상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또 "특검에 있는 브리핑 조항, 그것이 피의사실 공표 등과 연계되면서 위헌적이다라는 취지로 말씀했다. 이 조항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된 특검법 때 들어갔던 조항"이라며 당시 윤 대통령이 특검팀으로 참여했던 사진을 첨부했다.

그러면서 "왜 갑자기 이게 와서, 이제 와서 이게 위헌적인 조항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총 47분 간 발언한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 직전 온라인으로 받은 국민들의 의견을 낭독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박 의원은 "채 해병을 죽음으로 누가 몰고 갔는지, 누가 최선을 다 해서 진상규명을 막고 있는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은폐 세력의 하수인이 되어 특검법 통과를 방해하는 것은 죄인", "(국민의힘은) 보수주의자로서, 헌법기관으로서, 지성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셔야 한다. 대통령과의 의리는 내려놓고 국민과 함께 정의를 세워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주진우, '이재명 대장동' 언급…민주 단체 항의·반발

세 번째 토론자에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인 주진우 의원이 나왔다.

주 의원은 오후 8시44분께부터 2시간 넘게 발언 중이다.

주 의원은 "박 전 대령이 정말 수사 과정에서 우리 군 장병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리하게 한 것이 없는지 그런 것도 반드시 균형 있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국심과 공명심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며 "본인이 규정을 착각하거나, 균형감각을 잃어서 오버해서 적법 절차를 어긴다면 박정훈의 수사는 애국이 되는 게 아니라 국가 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주 의원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단기간에 급하게 수사 결론을 내렸다며 "예를 들어 대장동 비리를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 10명씩 입건해서 조사 받으러 나오라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긍할 수 있겠나"라며 "피의자로 입건한다는 건 굉장한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곧바로 민주당 의원들은 비유가 부적절하다며 단체로 항의했다.

특히 서 의원은 "왜 민주당 의원을 예시로 드냐. 사과하라", "임성근 (사단장)이 그렇게 좋나"라고 고성을 질렀고 문정복 민주당 의원도 "주 의원이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들었다"고 보탰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도 임이자·김정재 의원이 "서 의원은 집에 가라", "소리만 지르면 다인가"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주 의원이 "전혀 (예시를) 잘못 들지 않았다. 아주 적절했다"고 하자 서 의원은 의장석으로 이동해 항의를 이어갔다.

주 의원이 토론을 이어가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각자 자리에 돌아간 뒤에도 여야의 설전은 계속됐다.

서 의원이 "방어할 걸 방어해라", "임성근 아들이냐"며 소리치자 국민의힘 쪽에서는 "좀 배워라", "입 닫으라" 등 거친 발언이 오갔다.

주 의원은 민주당 특검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1심을 6개월 만에 결론 내라고 하는 건, 그건 정말로 헌법상 재판 받는 권리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재판이야말로 1심 2개월, 2심 3개월로 제한해야 한다. 재판이 늘어지는 것에 대해 국민이 부끄러워하지 않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4일 오후 표결할 듯…여 거부권 건의 수순

주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끝난 이후에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다시 찬성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후 나경원 의원, 서영교 민주당 의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순으로 발언을 이어간다.

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토론 종결권' 규정을 활용해 특검법 표결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러면 내일 오후 4시께 토론 종결에 관한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버스터가 끝난 이후에는 채상병 특검법이 표결에 부쳐지고, 야당 주도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약 한 달 만에 다시 강행 처리되는 셈이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로 이송된 이후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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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