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출입확인시스템 설치작업을 방해하는 노동조합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울산지법 민사22부(재판장 심현욱 부장판사)는 HD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신청한 '방해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안전과 출퇴근 확인, 보안 관리 등을 위해 올해 초부터 안면 인식 기능이 있는 출입확인시스템 설치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시스템이 근로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라 반발하며 지난 4월부터 설비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이 사내 협력업체 사무실 등에 시스템을 설치하면 노조가 들어가 철거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동안 노조가 철거한 설비는 거치대와 통신케이블, 단자함 등 80여개에 달한다.
이에 회사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약 93%의 동의를 받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고, 노조의 공사 방해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조의 행위에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시스템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노조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노사 양측이 시스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집중 논의한 점, 회사가 협력업체 근로자들로부터 받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양식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노사 모두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노조의 행위에 다소 위법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가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며 "노조가 4월 말 이후로는 철거 행위를 중단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참작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단은 재물손괴 등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위법하다고 보았으나 긴급하게 금지해야 할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노조의 무단 철거에 따른 불법행위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별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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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