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2월 국제회의서 영상 분석 결과 공개
"내가 브레이크 못 밟더라"…7.9초 내내 가속 페달만
'급발진' 확증편향 따른 인적 오류 경계 목소리 제기
사망자 9명 등 16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두고 피의자가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하는 가운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도 감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으로 착각하는 '확증편향' 사례가 상당하다는 페달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가 나왔다.
1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월27일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ACPE·Acceleration Control for Pedal Error) 실무회의체 분과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페달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를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해 11월12일 오후 12시52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A씨(65)가 운전하던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은 후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A씨가 설치한 페달 블랙박스 영상 6건을 수거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A씨는 담벼락에 충돌하기 전까지 7.9초 동안 119m를 달리면서 브레이크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만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 '김한용의 모카(MOCAR)'와의 인터뷰를 통해 "갑자기 언덕에서 택시가 안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며 "브레이크 페달을 몇 번이고 밟았는데 먹통이어서 그 당시에는 급발진이라고 생각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브레이크로 옮겨 밟아야 하는데 내가 밟지 못하더라"고 밝혔다.
자동차전문기자 겸 유튜버 김한용씨는 "많은 분들이 이런 급발진 주장 사고를 일으키고서 영상을 확인했다고 한다"며 "급발진 블랙박스를 설치하고서 어떻게 보는지 몰라서 설치업체를 통해 보고는 '내가 밟은 게 브레이크가 아니었다'고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적 오류(Human error)'가 현실에 있고 실제로 영상도 있다"며 "머릿속에서 급발진이라고 믿기 때문에 차가 튀어나갔을 때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믿는 것"이라며 페달 오조작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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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