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신체검사 비용 내라고?…불공정채용 341건 시정명령

629개소 중 220개 사업장서 적발…과태료 42건 부과
고용장관 "이번 국회서 공정채용법 전면 개정할 것"

구직자들에게 채용 시 드는 신체검사 비용을 부담시키고, 불합격 통보도 없이 재공고를 올린 기업들이 고용 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상반기 채용절차법 지도·점검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온라인 구인공고, 청년 다수고용 사업장, 건설현장 등 629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5월1일부터 6월28일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220개 사업장에서 법 위반 및 개선 필요 사항이 341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과태료 42건, 시정명령 30건, 개선권고 269건 등이다.

주요 위반 사례는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례로, 총 34건이 적발됐다.

A제약회사와 B의료재단은 채용 시 자사 이력서 등 양식에 가족관계를 기재하도록 해 구직자 혼인 여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C와 D운수업체도 채용 구비서류로 주민등록 등·초본을 기재하도록 해 구직자의 출신지역과 혼인 여부 정보를 수집했다.

E의료재단도 병원 홈페이지에 구직자의 신체적 조건, 직계존비속의 직업 및 직위를 기재하도록 하는 자사 이력서 등을 첨부해 채용공고를 냈다.

현행 채용절차법 4조의 3에 따르면, 구인자는 구직자에 대해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응시원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는 게 금지돼 있다.

이들은 모두 과태료 300만원 처분과 함께 표준이력서 사용을 권고 받았다.

채용 시 진행되는 신체검사 비용을 구직자들에게 전가한 F사도 적발됐다. 직물도매업체인 F사는 2023년 채용과정에서 구직자 42명에게 신체검사 비용을 부담시켰는데, 고용부는 시정명령과 함께 구직자들에게 비용을 환급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합격 여부를 합격자에게만 고지하고 불합격자에게는 알리지 않고 재공고를 올린 업체들은 개선권고를 받았고, 채용탈락자 수십명의 서류를 보관기간인 180일이 지난 뒤에도 파기하지 않은 업체들이 시정명령을 받았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잡코리아나 사람인 등 민간취업포털 모니터링을 지속해 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업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이들이 키워드 필터링 등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법 위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협업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구직 청년들은 면접 후 결과 발표까지 피가 마르는데 불합격자는 탈락 통보조차 못 받아 두 번 좌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현재 결과를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이번 점검에서 개선권고만 45건이 이뤄져, 의무이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회에서는 공정채용법으로의 전면 개정을 통해 청년 친화적인 채용 관행이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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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