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한국 인도 요청서 도착이 미국보다 빨라"
미국 송환 주장한 법무장관 퇴임이 판결 배경 추정
후임자가 반대 안 하면 권씨 한국 보내질 가능성 커
몬테네그로 법원이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테라폼랩스 전 대표 권도형(32)씨를 한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했다.
AFP, 자유유럽방송(RFE/RL) 등 외신을 종합하면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1일(현지시각) 권씨의 인도국을 한국으로 정하면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인도 요청서 도착 순서에 있어 한국이 빨라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 3월24일 영문으로 작성한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고, 이틀 뒤에는 몬테네그로어로 재차 송부했다.
반면 미국은 이보다 하루 늦은 지난해 3월27일 인도 청구를 했고 이마저도 범죄인 인도가 아닌 임시 구금 요청 서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이번 결정이 최종적이며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못 박았다.
권씨의 미국행을 원했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지난달 25일로 자리에서 물러난 점이 이 같은 판결 배경으로 꼽힌다.
앞으로 권씨 신병이 최종적으로 한국 송환될 때까지 후임 법무장관 견해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명시적으로 권씨 한국 송환을 반대할 인사가 후임자로 낙점되지 않는 한 한국으로 권씨가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권씨는 처음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지만 밀로비치 전 장관이 미국 송환을 겨냥한 조치를 취하면서 향방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권씨 측 변호인 고란 로디치와 마리야 라둘로비치는 밀로비치 전 장관이 원하는 방향에 맞추도록 법률을 해석했다고 반발하며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라폼랩스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4억7000만 달러(약 6조1114억원) 규모의 벌금 및 환수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SEC는 지난해 2월 권씨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 달러(약 54조6880억원) 규모 손해를 끼쳤다며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증권법·증권거래법상 미등록 증권 권유 판매 등 혐의로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해외로 출국해 도피 생활을 해왔다.
권 씨는 작년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붙잡혔고, 현지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그는 형기를 마쳤지만, 금융 사기 혐의를 수사하던 한국과 미국 정부가 동시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면서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구금 기한이 연장됐다가 지난 3월23일 구금 기한 만료로 출소해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와 함께 도주한 측근 한창준(37)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지난 2월 한국으로 송환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씨를 두고는 미국 측 범죄인 인도 요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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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