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차량 범퍼 아래 누울 수 있다는 것 예견할 수 없다"
술에 취한 70대가 정차한 차량 앞으로 쓰러진 사실을 모르고 그대로 주행해 숨지게 한 60대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3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3단독 김선용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11일 오후 8시1분께 대전 동구의 한 도로를 주행하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 B(71)씨가 차량 앞으로 걸어오다 넘어져 바닥에 쓰러졌음에도 그대로 역과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고 현장은 이면도로 골목길이었으며 양쪽에 차량이 주차된 상태였고 B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골목길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가 차량을 잠시 정차하고 비상등을 켠 채 차량 내부를 잠시 확인하던 중 B씨가 비틀거리며 A씨 차량으로 다가가 차량 앞에 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차량을 출발한 A씨는 바퀴에 무언가 걸리자 정차한 후 차량에서 내려 B씨를 역과한 사실을 알게 됐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차량에서 내려 뒷좌석을 살피는 동안 피해자가 피고인 차량 앞으로 와서 차량 아랫부분에 누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람이 야간에 잠시 정차한 차량 앞 범퍼 아래에 누울 것을 대비해 전방을 살필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잠시 차를 정차하기에 앞서 차량 전방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던 상황을 인식했고 뒷좌석을 살핀 시간은 매우 짧으며 이 시간 동안 보행자가 차량 앞 범퍼 아래 누워 사고가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거나 예방을 위해 차량 주위를 둘러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보행자가 잠시 정차한 차량 범퍼 아래에 누울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저하기 힘들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