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줄줄 샌 지자체 문화·관광사업…7명 징계·11명 주의 요구

감사원, 17개 사업 대상 감사…총 26건 위법·부당사항 적발
"지자체장 치적 위해 무리하게 사업 추진하는 경우 다반사 "
강화군 모노레일 조성사업 부당 처리 공무원 면책 '불인정'
서울시 및 예산·시흥·고흥·삼척·거제·보령도 예산 줄줄 샜다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 지방자치단체의 문화·관광 사업이 지자체장의 이른바 '치적 쌓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투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2019년 이후 완료됐거나 지난해 8월 기준 추진 또는 무산된 사업 중 감사 필요성이 제기된 17개 사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사항은 총 26건에 달한다. 이 중 3건 7명에 대한 징계를, 12건 11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각각 요구했다.

유형별로는 ▲민간사업자 예산 부당 지원 등 특혜 제공 ▲사업 관리·감독 부실 ▲투자심사 미이행 등 무리한 사업 추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준 사례를 보면 인천시 강화군은 화개산 모노레일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립예정 법인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도 법인 설립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다. 사업보증이행금도 부당하게 면제해줬다.

5억4000여 만원의 공사비를 예산으로 지원하기 위해 군 의회에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후 사업자가 납부하기로 한 공익발전기금을 감면해줬고, 법령상 절차를 위반해 공유재산인 전망대 부대시설의 사용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한 팀장 A씨와 과장 B씨 등 2명이 업무 처리의 미흡함은 인정하면서도 사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 점을 고려해 선처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감사원은 이들의 행위는 직무해태(職務懈怠)로 볼 수 있고 군에 실질적인 재정 손해를 야기한 점은 고의성과 함께 절차상 중대 위반에 해당한다며 적극행정 면책을 인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군수에 A씨와 B씨에 대해 경징계 이상 처분할 것을 권했다.

사업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사례는 ▲충청남도 예산군의 내포 보부상촌 조성사업 ▲경기도 시흥시의 아쿠아펫랜드 조성사업 ▲전라남도 고흥군의 우주랜드 조성사업 등이 적발됐다.

예산군은 관리위탁사업 수탁자가 비용 과다계상해 매출을 누락하는데도 관리위탁 사업비 정산 업무를 태만히 해 약 3억5000만원의 정산금을 과다 지급했다.

시흥시는 권한 없이 보조사업으로 취득한 중요재산의 처분을 승인하면서 간접보조사업자 지위 승계를 검토하지 않았고, 해양수산부는 이를 알고도 방치했다.

고흥군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사업협약을 체결하지 않는데도 이를 나몰라라 해오다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에 지위를 승계시키면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도 승인했다.

지자체가 투자심사를 이행하지 않거나 회피하고, 비용·편익 분석자료를 왜곡해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을 밀어붙인 사례는 수두룩했다.

대표적으로 ▲고흥군의 도양 실내수영장 및 힐링해수탕 건립사업 ▲강원도 삼척시의 심포 뷰티스마켓 조성사업 ▲서울시의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조성사업 ▲경상남도 거제시의 일운 체육공원 조성사업 ▲충청남도 보령시의 성주산 모노레일 설치사업 및 내륙산악관광 자원개발사업 등이 있다.

고흥군은 부풀려진 관광객 수요로 투자심사를 통과시킨 데 이어 직권을 남용해 특정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공정률과 상관없이 노무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척시는 강원도의 투자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강원도와 말을 맞추는 식으로 경제적 타당성 자료를 왜곡했고 중앙관서의 승인 없이 보조사업의 내용을 무단으로 변경했다.

서울시는 자체 투자심사에서 총사업비 감액과 활성화 콘텐츠 개발 등을 조건부로 1109억원 규모의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조성 사업 단계별 추진을 결정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투자심사위원회에 보고도 하지 않고 사업비를 투자심사 시 의뢰했던 당초 사업비 386억원보다 94억원 증액한 480억원을 들여 준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제시는 투자심사를 통과하기 전에 실시설계에 착수했고, 투자심사는 사업비를 기존 80억원에서 69억원으로 줄여 통과한 후 공사계약은 당초 사업비대로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령시는 성주산 모노레일 설치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부풀려서 사업을 추진했고, 내륙산악관광 자원개발사업은 7500㎡ 이상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1만2218㎡인 사업 면적을 7494㎡로 임의 축소했다.

감사원은 "2022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지자체가 전체의 94.2%에 달하는데도 일부 지자체들이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문화·관광 분야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자체장의 임기 내 치적사업으로 활용되기 쉬운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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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