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한도 87.6조인데 벌써 75.3조…여력 12조원뿐
'발행 한도 2→5배' 2027년 말 일몰…부채 총 202조원
한국전력공사가 한전채 발행을 재개한 지 2개월 만에 3조6000억원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부채로 버티는 상황에서 한전채 발행 한도를 일시적으로 늘렸던 조치도 2028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한전이 2027년 말까지 40조26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6월14일 총 5000억원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9월11일 이후 9개월 만에 채권 발행을 재개한 것이다.
지난 5일까지 총 3조6000억원의 한전채가 시장에 쏟아졌다. 이에 한전의 사채 잔액은 총 75조3000억원이다.
현재 한전채 발행 배수는 자본금과 적립금의 4.3배 수준이다. 불과 5년 전인 2019년 사채 발행 배수가 0.6배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한전의 경우 무분별한 사채 발행을 막기 위해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까지'를 한도로 법에 규정했다. 다만 앞서 한전채 발행 한도가 턱 밑까지 차오르자 지난 2022년 말 미봉책으로 5배(긴급하게 필요한 경우 산업부 장관 승인시 6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덕분에 한전채 발행 한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87조6000억원으로 높아졌다. 발행 한도를 5배로 높였음에도 발행 가능한 여유분은 12조3000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일시적으로 높였던 한전채 발행 한도가 일몰을 앞두고 있단 점이다. 줄어든 발행 한도에 맞춰 한전채 잔액을 상환하지 못하면 빚을 더 낼 수 없는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개정된 '한국전력공사법'의 일몰 시점은 2027년 12월31일이다. 오는 2028년에는 한전채 발행 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의 2배인 35조4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한전채 발행액이 75조3000억원인데, 단순 계산으로는 2028년까지 40조2600억원을 상환해야만 발행 한도에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한전은 당장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2분기 말 기준 41조원이다. 이에 부채 역시 총 202조원(1분기 말 기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한전도 부채 관리에 대해 고심이 깊으나, 결국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전채 발행 한도와 관련해 "자금난을 어느 정도 풀어야 한다"며 "기업어음(CP)이나 은행 차입 등 다른 수단들도 강구할 생각"이라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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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