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생노동성, 주일 한국대사관에 원본 아닌 '사본' 전달
총 75건중 내부조사 끝낸 19건 先제공…피해 구제에 활용
한인 태워가다 침몰…폭침 부정하며 인양 안해 의혹 키워
외교부 "희생자 개인정보 다수 포함돼, 추가적 분석 필요"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광복 직후 폭침된 우키시마마루(浮島丸·우키시마호) 사건의 승선자 명부 일부를 입수했다. 사건 발생 79년 만이다.
최대 8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피해자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오후 4시께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전달했다.
이 명부는 문서 원본이 아닌 '사본'으로, 일본 측의 내부 조사를 끝마친 19건이다.
일본 정부가 현재 보관 중인 우키시마호 사건 관련 목록은 총 75건이다. 이 중 한국인 피해 규모를 확인할 핵심 자료인 '승선자 명부' 또는 '승선 명부'라고 표기된 목록은 15건이다. 이외 사몰자 명부 30건, 조난자 명부 또는 유골 편승자 명부 22건, 우키시마호 편승자 명부 3건 등이 있다.
우리 정부가 전달받은 구체 목록명은 ▲우키시마마루 편승자 오오미나토시설부 노동자(工員) 사망자 및 실종자 명부 ▲반도 제1차, 제4차 노동자(工員) 승선 명부 1945년 8월 20일 미사와지방사무소 관내 ▲승선 명부 1945년 8월 24일 승선 ▲승선자 명부의 건 보고 ▲승선자 명부의 건 보고 및 어원(御願) ▲우키시마마루 승선 조선인 명부 1945년 8월 22일 ▲우키시마마루 승선자 명부 ▲조난자 ㅇㅇ명부 송부의 건(건명 판독 어려움) ▲승선 반도 노무자 명부 1945년 8월 ▲승선자 명부 ▲조난 사망자 명부 ▲선주(先住) 반도인 귀선(帰鮮) 승선 명부 1945년 8월 20일 ▲우키시마마루 사망자 명부의 건 송부 ▲사망자 명부 등이다.
그러나 몇 명의 사망자·생존자 등 개인정보가 담겨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성명뿐 아니라 생년월일, 본적 등이 자세히 적힌 것으로 알려져 명부 전체가 공개될 경우 한국인 피해 규모를 재산정할 수 있고, 알려지지 않았던 추가 희생자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나머지 목록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와 교섭을 거쳐 최근에서야 승선자 명부를 받기로 합의했고 여기에는 희생자들의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다"면서도 "(해당 명부에) 실제 몇 명이 적혀있는지 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여타 목록도 일측 내부 조사가 끝나면 제공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이 명부를 사건의 진상 파악과 피해자 구제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근거자료 부재 등으로 위로금 지급 신청을 기각·각하 당한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 재심의 등에 적극 활용한다.
이 명부가 한국 정부 손에 들어온 건 사건 발생 79년 만이다.
2007년 일본으로부터 '한반도 출신 구(옛) 군인·군속의 공탁서 정본의 사본'을 강제징용 피해자 명부로 받은 이래 새로운 명부를 받게 된 것은 17년 만이 된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 해군 수송선으로, 그 해 8월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한국인 희생자가 524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인 생환자와 유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7500∼8000명 중 한국인 희생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며 일본 정부에 진실 규명을 요구해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족과의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가 우키시마호 침몰과 함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가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로 10여 건의 명부를 뒤늦게 공개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는 덧칠해 가렸다. 이 사건의 파문을 막기 위해 장기간 명부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는 올 6월 외교부를 통해 일본 측에 명부 제공을 재차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내 법령에 따라 (명부) 정보를 열람 또는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우키시마호 사건의 피해자 구제 및 진상 파악 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제공이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선 일본이 우호적 관계를 위해 노력해온 윤석열 정부에게 전하는 '선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본이 줄곧 명부를 감춰오다 그 존재가 드러난 것인 만큼 이를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명부 존재를 감춰온 것에 대해 반드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고 진상 규명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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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