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늘부터 남 도로·철길 완전 단절…요새화 공사"

기존 물리적 단절 작업 공식화한 듯
최고인민회의 결과 공개 날 입장 발표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 보내"

북한은 9일부로 남한과 연결된 도로·철길을 단절하고 방어 구조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선인민군(북한군) 총참모부는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보도문에서 "공화국의 남쪽 국경일대에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령역과 대한민국 령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했다.



총참모부는 "당면하여 10월9일부터 대한민국과 련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반 정세 하에서 우리 군대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 봉쇄하는 것은 전쟁억제와 공화국의 안전수호를 위한 자위 조치"라고 했다.

총참모부는 "예민한 남쪽국경 일대에서 진행되는 요새화 공사와 관련하여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부터 9일 9시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하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의 남쪽국경과 접경한 한국지역에서 매일같이 동시다발적으로 감행되는 침략전쟁 연습책동이 전례를 초월"하고 있다며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때없이 출몰하고 그 누구의 《정권종말》을 떠드는 호전광들의 악청이 일상으로 되여버린 현실"이라고 밝혔다.

접경지역 군사훈련과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도 등장했다.

총참모부는 "조선반도에 조성된 첨예한 군사적 정세는 우리 군대로 하여금 국가의 안전을 더욱 확실하게 수호하기 위한 보다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이 말한 '국경 일대 요새화 공사'를 두고 248㎞의 휴전선을 요새화 해 남북 간 물리적 단절을 공식화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이후 남한과의 연결 통로를 차단해왔다.

북한은 지난 4월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구조물을 세우고 지뢰를 매설해왔다. 경의선·동해선 철로를 철거하고, 육로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이번 발표는 북한군이 진행해온 해당 작업들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 당국은 추후 새로운 조치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한국과 미국의 적대적 위협 태도를 명분으로 부각하며 장벽 설치를 기존 동·서해 육로·철로에서 휴전선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총참모부 발표는 7~8일 이틀 동안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 결과를 관영매체가 보도한 직후 나왔다.

최고인민회의 결과 보도에는 예상과 달리 이른바 '두 국가론' 개헌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김정은은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평화·통일 관련 조항 삭제 ▲한국 주적 명기 ▲영토·영해·영공 조항 신설 등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고 의도적으로 공개를 미룬 것인지, 신중 기조 속에 차기 제 15기로 개헌 과업을 넘긴 것인지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서 두 국가 개헌이 논의되지 않았다면 물리적 단절을 먼저 공식 발표·추진한 후 헌법에 이를 명문화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홍 위원은 "한국과 미국의 위기 조성 책임을 명분으로 북한 주민에 대한 내부 설득력을 확보하고, 대내외 여파를 줄여 가며 최종적으로 헌법 개정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 김두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