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불공정 약관 14개 유형·79개 발굴
은행 자의적으로 서비스 제한…피해 우려
개별 고지 없이 '부작위'도 의사표명 간주
중대한 사안인지 무관하게 개별통지 생략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 및 상호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약관들을 심사해 고객 권익 침해 우려 조항 79개에 대한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20일 은행 및 저축은행에서 사용하는 약관 1784개 중 79개가 고객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금융기관에서 새롭게 제·개정되는 금융거래 약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금융거래 고객의 권익을 보다 신속히 보호하기 위해 먼저 심사가 완료된 은행·저축은행 분야부터 불공정 약관 시정을 요청하게 됐다.
불공정 약관은 총 79개로 14개 유형이다.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은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해 고객에게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유형으로, 28개 조항이 해당했다.
이 중에는 '기타 은행에서 정한 사유'와 같이 계약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포괄적 사유로 은행이 서비스를 임의 제한할 수 있게 한 경우가 있었다.
또 고객의 부작위에 대해 의사표시가 표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유형의 조항 12개도 문제가 됐다.
의사표시가 표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의사표시 의제조항'은 고객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있는 경우 의사표시가 표명 또는 표명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뜻을 개별 고지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조항에서는 약관에 개별고지하도록 하는 내용 없이 의사표시가 의제되도록 정해져있어 고객이 모르는 사이에 원치 않는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고객의 권리 또는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 무관하게 개별통지 절차를 생략하는 조항도 문제가 됐다.
이외에도 급부의 내용을 은행이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한 조항들도, 계약의 핵심인 급부를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임의 결정하거나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요청을 통해 불공정 약관 다수가 시정돼 은행·저축은행의 책임은 강화되고 소비자 및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이 불공정 약관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심사 중인 여신전문금융 및 금융투자 분야에서의 불공정 약관도 연내 신속하게 시정요청하는 한편, 금융업계가 불공정 약관을 반복 사용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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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