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회사 내부 정보 이용해 15차례 협박
法 "문자메세지, 위구심 일으켜"…유죄 선고
A변호사 "의료계 변호인에 대한 보복 판결"
의뢰인인 건설사 대표를 15차례나 협박해 1억3000만원 상당의 금원을 취득하려 한 변호사가 공갈 미수 혐의로 최근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지난 17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A변호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변호사는 2019년 3월부터 7월까지 15회에 걸쳐 의뢰인인 건설사 대표 B씨를 협박해 1억원의 성공보수담보금과 3000만원의 사과 사례금 등 금원을 교부받으려 했으나 B씨가 응하지 않자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A변호사는 2016년 4월 B씨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사건 수행을 위해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착수금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아울러 제소 결과에 따른 성공보수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A변호사의 업무수행에 불만을 갖게 된 B씨는 다른 로펌 및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위임하고 17억원 상당의 공탁금을 수령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A변호사는 2018년 4월부터 업무 수행을 하지 않았다.
A변호사는 이듬해 3월부터 B씨 사건을 맡으며 취득한 회사 내부정보를 이용해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고소 및 압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B씨 회사 담당자에게 보내는 등 지속적인 협박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문자메시지에는 '개망신 당하고 깜방 가도록 해드리겠다' '다른 회장은 성공보수 떼먹으려다가 징역 1년 살게 해줬으니 기다려봐라' '성공보수금을 정산해 입금하지 않으면 사기, 업무방해, 명의대여,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업무상 횡령, 조세포탈을 포함한 형사고소장을 접수하겠다' 등의 내용도 담겼다.
법원은 A변호사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피해자를 몹시 두려워하게 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공보수금 채권이 구체화되지 않은 시기에 피해자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성공보수담보금 1억원과 사과 사례금 3000만원을 요구했다"며 "성공보수금 채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옥 갈 수 있게 하겠다며 위세를 과시했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며 "공갈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A변호사는 앞서 해당 의뢰인에게 성공보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민사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A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고 돈도 지급받았다"며 "(그동안) 형사상 공갈미수로 검찰이 기소한 사례도 한 건도 없으며, 법원이 유죄 판결한 사례도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의료농단 소송 변호인에 대한 정권의 정치 보복성 판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즉시 항소했으며 항소심에서는 법리적으로 무죄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A변호사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을 대리해 보건복지부 등 정부를 상대로 다수의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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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