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자신이 낳은 아이 모르는 사람에게 유기한 친모 '집유’

재판부 "고아원·베이박스 등 대안 있어"
"피해아동 상황 우려…아동 행복하게 성장하길 기도"

10년 전 자신이 낳은 아이를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모르는 사람한테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김태우 부장판사는 13일 아동복지법(아동유기·방임)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대·여)씨에게 징역 1년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아동학대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명령도 내렸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5월 부산의 한 길거리에서 여성 2명을 만나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인도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에서 출생신고가 누락된 영유아 2명이 친모에 의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는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 없이 '임시신생아 번호'로만 존재하는 영유아 2236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10년 전 아이를 출산한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판사는 "A씨는 불우한 집에서 가출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며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영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고 아동의 친부는 모르는 상태로 보인다"면서 "그 상태에서 가족들은 A씨의 출산에 도움을 줄 의사나 능력이 부족했고, A씨는 피해 아동을 출산했으나 모두 병에 걸린 상태였다. 이후 A씨는 아동의 치료비와 장래에 대해 고민하다 아동을 모르는 여성 2명에게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여성 2명에게 피해 아동을 넘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A씨가 피해 아동의 행복을 빌었다 한들 실제로 피해 아동을 행복하게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넘어갔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판사는 "A씨는 급박한 처지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고아원에 피해 아동을 맡길 수 있었다. 그것조차 여의찮으면 베이비박스에 피해 아동을 둘 수도 있었다"면서 "이 사건에서 비록 피해 아동의 생명권이 침해받았다는 증거가 없다 할지라도 A씨의 범행 때문에 피해 아동은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적어도 생명권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 아동을 유기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양형 이유를 듣는 내내 눈물을 쏟아냈다.

김 판사는 이러한 A씨에게 "A씨의 범행에 아쉬운 점이 많고 피해 아동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당시에 A씨의 내면에는 피해 아동의 행복을 빌어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 아동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지만 이러한 우려가 모두 기우에 그치고 피해 아동이 행복하게 성장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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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