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도 아닌데… 집에서 사혈 시술한 70대, 벌금형

법원 "당시 시행된 사혈행위는 의료행위로 봄이 타당"

의료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침과 부항기를 이용해 사혈 시술을 한 7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제7단독(판사 한지숙)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7)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12일과 24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사혈침 기구와 부항기를 구비한 채 타인에게 두 차례에 걸쳐 피를 빼는 사혈 치료를 진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의료법에 따라 적법한 의료 면허가 있는 의료인만 의료행위가 가능하지만, A씨는 별도의 면허나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연정혈요법 자격사 1급 자격증·수료증을 취득했고, 사혈행위는 민간요법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사혈행위를 민간요법이 아닌 '의료행위'로 보고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때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진찰·검안·처방·투약·시술 등을 통한 질병의 예방·치료행위 외에도 의료인이 아닌 자가 행했을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A씨의 사혈행위는 '침습행위'에 해당하므로 비의료인이 시행 시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혈행위가 민간요법이라고 생각했다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또 피고인이 발급받았다는 '자연정혈요법 자격사'는 민간단체 자격증에 불과함으로 이 자격증만으로는 사혈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대체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 영리를 취하려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실질적 이익도 없는 점, 피고인이 77세의 노령인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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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