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 농가 최강 폭염에 수확 마친 후에도 피해 호소
재해보험 '일소 피해' 보장 시기…열매솎기 후로 명시
봉지 벗긴 후 드러난 '일소 피해'…재해보험 적용 애매
"올여름 역대급 폭염에 배 열매를 감싼 봉지가 압력솥 찜기가 된 게지요".
전국 최대의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지역 과수농가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입동이 지났으나 한여름 폭염에 의한 과수 '일소(日燒·햇볕 데임) 피해'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나섰다.
일소 피해는 섭씨 30도 이상 고온과 직사광선에 의해 과실 표면이 강한 햇볕에 그을려 타들어 가는 증상이다. 과실이 쪼개지거나 심하면 괴사로 이어져 상품 가치를 잃게 된다.
올여름 나주지역도 33도를 넘나드는 장기화한 최강 폭염의 여파로 수확을 마친 후에도 일소 피해를 호소하는 과수농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초 기준 농협손해보험 조사 결과 재배 농가의 20%가량이 일소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으나 생장촉진제(지베렐린·Gibberellin)를 사용하지 않는 수출배 계약 농가의 피해율은 36%에 달한 만큼 피해가 큰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해당 피해율은 농작물재해보험에 규정된 피해 보장 시기인 '열매 솎기(적과)를 마친 후 배나무에 과실이 달린 상태(수확기 전)에서 확인'한 수치로 전해졌다.
배 과수는 수확 후 저온 창고에 일정 기간 저장 후 시장 출하를 위해 선별 작업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열매솎기를 거쳐 수확 이후 배 봉지를 벗겼더니 일소 피해의 심각성이 육안으로 확인되면서 농가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최근 수출 배 선별 작업을 마친 한 과수농가는 50% 가까이 불합격 판정을 받아 수출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봉지를 씌워 재배하는 배 과수 농사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농작물재해보험 피해율 산정 방식 때문에 보상은 요원한 실정이다.
열매솎기 이후 수확이 끝난 배 과원에 대해선 피해율을 적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소 피해를 본 500여명의 나주배 과수농가는 지난 14일 나주배원예농협 대회의실에서 비상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 차원의 피해보상 대책 수립을 요구키로 의견을 모으고 오는 18일 비상대책위를 본격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비상총회에 참석한 최명수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나주2)은 "기후변화 현상이 매년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봉지를 씌워 재배하는 배 농사와 같은 과수 작목은 보험 약관의 피해율 산정 방식을 현실에 맞게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남도와 나주시도 반복적인 폭염 피해에 대비해 현실적인 기준안 마련과 함께 폭염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둔 상태다.
앞서 나주시는 정상적인 판매가 어려운 일소 피해 배를 시장에서 격리 후 가공용으로 수매키로 방침을 정했다.
잠정 계획은 나주배원협과 나주시조합공동법인이 2만2000원(20㎏ 기준)에 수매하고 나주시가 이 중 4000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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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 김금준 대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