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으로 번진 '동덕여대 시위'…"사회적 논의 우선돼야"

'공학전환 반대' 동덕여대 총학생회 시위 계속
"여자대학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건강한 논의 아닌 혐오 기반 논의는 부적절"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말 사이 남성 시민단체가 동덕여대 앞에서 '페미니즘 규탄' 시위를 개최하면서 학내 갈등이 학교 밖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8일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는 지난 11일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동덕여대 내부 곳곳은 '남녀공학 반대' '입시사기' 등의 스프레이 문구로 뒤덮여 있다.



총학생회는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여자대학이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준다"며 공학 전환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이 "결정된 바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으나 학내 시위는 여전히 들끓고 있다.

동덕여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학생들의 점거와 시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 금액은 최소 24억원에서 최대 54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피해금액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총학생회 측의 시위 방식을 비판하는 이들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총학생회의 시위 방식을 폭력적이라고 규탄하며 '여대 무용론'을 들고 나왔다.

학교 앞에서는 반여성주의 단체의 규탄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신남성연대는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동덕여대 앞에서 4주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시위 참여 학생을 '폭도'로 규정하고 '신상을 털겠다'고도 예고했다.

시위와 무관한 남성들이 무단 침입하는 소동도 있었다. 경찰은 현재 건조물 침입 혐의로 3명을 검거해 수사 중이다. 지난 12일 인터넷상에서는 동덕여대 재학생들을 상대로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논의돼 왔던 사안이다. 앞서 덕성여대와 성신여대도 공학 전환을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 국내에 남은 4년제 여자대학은 총 7곳이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는 시점에 '여자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면서도, 젠더 갈등으로 확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여자대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건강한 사회적 논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대는 다 페미니스트'라는 식의 여대 혐오에 기반한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김 소장은 '여대 무용론'에 대해서도 "현재 여성 공간과 여자대학에 대한 무용론은 실제 '무용하기 때문'이 아닌 안티 페미니즘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며 "논리적 이유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혐오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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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