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망령인가…44년 전 군홧발 소리 떠올라"

5·18 유공자들 "44년 전 엄습…전두환 망령인가"
시민들도 "민주주의는 국가 권력 아닌 시민 것"

"죽은 전두환의 망령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했던 비상계엄령에 광주지역 사회가 44년 전 5·18민주화운동의 상흔을 떠올렸다.

5·18유공자들은 "군홧발 소리가 떠오른다"며 치를 떨었고, 시민들도 국정 정상화를 염원하며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10시23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어 야권의 정부 각료 탄핵 시도와 단독 입법, 예산안 감액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87년 헌법 개정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후 계엄사령부 명의의 계엄포고령도 내려지자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상정, 이날 오전 1시2분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6분께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과정에서 5·18 당사자와 관련자들은 44년 전 트라우마에 몸서리를 쳤다.

김공휴 5·18부상자회 총무국장은 "어렵게 일궈낸 민주주의가 군홧발에 또다시 짓밟히는 무서운 상상을 했다.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에서 총을 든 계엄군과 우리 시민들이 대치했던 상황이 스치면서 소름이 돋았다"며 "계엄군을 동원한 국회 동원 시도는 흡사 돌아온 전두환의 망령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허연식 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2과장은 "더 이상 군부와 독재자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만들어 둔 헌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44년 전을 겪은 사람들은 당시 상황을 똑같이 떠올렸을 것"이라며 "비상계엄령이라는 다섯 글자가 주는 충격과 후유증이 광주 지역사회에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5·18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전직 기자 출신인 나의갑 전 5·18기록관장도 "5·18 하루 전날인 1980년 5월 17일 계엄사가 운동권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5·17 비상계엄령이 내려진 직후의 일"이라며 "모든 불행은 비상계엄으로부터 시작된다. 44년 전 공포감이 여전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하며 국정 정상화에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손어진(38·여)씨는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는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시민들은 항상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해왔는데 또 뇌관이 됐다"며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이 아닌 시민들의 것이다. 끝까지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이상미(26·여)씨도 "계엄령이 오래 이어질까봐 두려웠던 밤이었다. 다시는 없을 줄 알았던 상황이 벌어지면서 공포를 느꼈다"며 "광주는 수많은 열사들이 잠든 뜻깊은 곳이다. 광주 열사들의 뜻을 이어받아 대학생들이 모여 반드시 정권 타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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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본부 정병철 보도국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