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한다" 선원 때려 살해·사체유기한 선장 징역 28년

조업 도중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두 달간 마구 때리고 가혹행위를 일삼다 숨진 동료 선원의 시체까지 바다에 버린 선장에 대해 징역 28년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지혜 부장판사)는 살인·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선장 A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시체유기·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선원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30일 오전 전남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20t급 어선에서 동료 선원 50대 C씨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이튿날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선장 A씨를 도와 숨진 C씨를 바다에 버리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장 A씨는 지난 3월부터 선원으로 일한 C씨가 '일을 못히고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각종 공구로 마구 때리거나 어획물 등을 청소하는 호스로 바닷물을 쏘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장 A씨는 반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쇠약해진 C씨를 "얼굴도 보기 싫다"며 비가 오는 날에도 불구하고 천장이 열려있는 어구 적재 장소에서 자게 했다.

범행 당일 A씨는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홀로 서 있지도 못한 C씨가 15㎏ 상당 소금 포대를 들지 못하자 또다시 호스로 바닷물을 쏘고 어구나 발과 손으로 여러 차례 때렸다.

잇단 마구잡이 폭행에 C씨가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A씨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정박까지 해야하는 날인데도 다른 선원들에게 씻기도록 해 급격한 저체온 상태에 빠지게 했다.

끝내 C씨가 숨지자 이튿날 오전 선장 A씨는 B씨와 함께 사체를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숨진 C씨가 쉽사리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시체를 쇠뭉치나 파이프가 담긴 어망에 묶어 유기했다. 현재까지 숨진 C씨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승선원 하선 기록 등을 토대로 C씨의 실종 사실을 파악, 이들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재판부는 "A씨는 C씨를 지속적으로 때리거나 상해를 가했다. C씨는 A씨의 지시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미 갑판이나 어구 적재 장소에서 취침,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A씨는 C씨의 상태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 폭력을 가해 숨지게 했다"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숨질 때까지 무감각하게 폭행을 지속, 납득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C씨는 망망대해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A씨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죄를 숨기고자 유기해 현재까지 C씨를 발견조차 하지 못한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미필적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공범인 B씨에 대해서는 "선장 A씨를 도와 숨진 C씨를 바다에 빠뜨려 유기한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 다만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 상해죄의 경우, 7차례에 걸쳐 C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폭행의 방법과 정도에 비춰 폭행의 혐의만 인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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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사회부 / 박광용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