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실명 판결문 등 김웅에 전달한 혐의
法 "손준성-김웅 직·간접적 연락 증거 없어"
"검찰총장·상급자에 업무보고 했을 가능성"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손 차장검사가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전송한 대상이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니라, 검찰총장 등 상급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최은정·이예슬)는 6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차장검사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 전 의원에게 넘겼다는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해 합리적 증명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검찰청 수사정보기획관으로 있으면서 수사정보를 수집하고 검증·관리하는 총괄업무를 하는 지위를 이용해 1, 2차 고발장과 텔레그램 메시지 대상으로 정보수집에 관여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김웅에게 전달했단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고발장 등 전송 수단인 텔레그램 메시지에 표기된 '손준성 보냄'을 근거로 발신자는 손 차장검사가 맞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또 검찰 내부에서 김 전 의원과 신속하고 기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범위는 손 차장검사가 아니라, 그의 상급자일 것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손준성과 김웅 사이 직간접적으로 연락했다고 인정할 만한 직간접적 증거가 없다"며 "사실에 대한 인정은 증거에 의해 해야 하는데 수사처 검사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추측 내지 단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준성은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업무보고로 원본을 전송하고, 그 상급자가 김웅과 연락하는 와중에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대로 김웅에게 전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발사주로 2020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고발장 등을 전송받은 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웅, 조성은 등과 같이 선거 관련자에게 고발장 등을 전송했다면 전송받은 자들의 직책이나 지위를 볼 때 공정성을 해할 만큼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공모 없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전송했다면 어떤 의사로 고발장을 전송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위적으로는 직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에 대한 증명, 예비적으로는 조국과 윤석열의 구도를 세우고 계획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증명 등이 각각 합리적 증명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손 차장검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 "충실한 심리 끝에 무죄 선고를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손 차장검사는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자료를 야권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 1월 손 차장검사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고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점 등을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공무상 비밀 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며 죄책이 무겁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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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