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교장 "'계엄고' 조롱까지…아이들 피해 안타까워"

충암고 교장, 학부모회장 국회 교육위 현안질의 출석
"계엄 이후 120~130통 항의 전화…학생들 조롱 듣는다"
학부모들 "잘못은 尹이 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윤석열 대통령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 교장과 학부모회장이 9일 국회에 출석해 심경을 밝혔다. 계엄령 사태 이후 항의 전화가 쏟아졌고, 학생들도 조롱을 당하면서 괴로움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오세현 충암고 학부모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학생들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거론이 되는 말들인 것 같다. '네가 지금 교육을 받으면 윤(대통령)처럼 되지 않을까' 이런 비아냥을 듣는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학부모들의 우려도 전했다. 충암고 학부모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잘못은 윤(대통령)이 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받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학교 거론 좀 안 했으면 하는데 라디오, TV도 그렇고 아이들이 가장 우려된다"는 걱정 섞인 말들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오 회장은 "지나가는 어른이 그랬다고 한다. '충암은 절대 안 된다 쯧쯧쯧'"이라며 "이런 것들에 대해 학부모 입장에서 화가 난다고 말씀해 주신다"고 했다.

이어 오 회장은 "학교에서도 정치적인 (내용을) 거론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믿고 따르고 있기에 저는 굉장히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탄핵이나 나라 걱정은 부모들이 맡고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끔 도와 주셨으면 감사를 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충암고는 지난 6일 가정통신문을 내 '9일부터 종업식인 내년 2월6일까지 등교 복장을 임시로 자율화한다'고 했다. 교복을 보고 길거리에서 일부 시민들이 학생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언론에서 윤 대통령과 측근들을 '충암파'라 질타하는 것을 두고도 이윤찬 교장은 "뉴스에서 계속 '충암파'가 이야기 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학생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상황을 처음에 잘 극복하고 있었다"며 "인근 학교 친구들로부터 많이 놀림을 받고 어른들이 식당, 거리에서든 조롱투의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이 교장은 학교에 항의가 들어오는지 묻자 "(계엄령 선포 이후) 한 이틀 간 100통 정도 왔고 금요일(6일) 20통 정도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도대체 충암고는 어떤 학교이길래 이런 선배들이 나왔느냐", "학교 폭파해라"는 항의 내용도 일부 전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또래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조롱은 '교명을 계엄고로 바꿔라'"라며 "선생님들에게 질타하는 것은 '어떻게 가르쳤길래 이런 사람들이 국가를 이렇게 만드느냐' 이런 류의 성난 표현들"이라고 밝혔다.


충암고는 윤 전 대통령(8회)의 모교이자 비상 계엄령 사태와 관련성이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7회) 모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전 장관(12회)도 이 학교 동문이다.

이 교장은 "졸업한 선배들은 40여 년 전에 졸업한 졸업생들"이라며 " 아이들과 한 번도 이렇게 실제 만난 적도 없고 교직원들과도 단 한 번 연락을 하거나 만나거나 이런 관계 형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어떤 홍보물이나 홈페이지 등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라고 자랑한 적도 없다"며 "이걸 활용해서 예산을 따 온다는 행위는 단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윤 대통령이 예비후보 시절 충암고를 방문했던 당시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당시 반대한 바 있다고 했다.

이 교장은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2021년 9월6일로 기억한다"며 "동문회 관계자로부터 이틀 뒤 윤 (당시) 예비후보가 방문할 테니 그렇게 알라는 통보에 가까운 (식이라) 저는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 교장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방역지침 위반이 우려돼 거절하려 했으나, 동문회에서 '선배가 후배 만나 격려해주러 오는 게 안 될 이유가 뭐냐'고 말하면서 방문 일정을 밀어 붙였다고 주장했다.

이 교장은 "자칫 잘못하면 내가 징계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교육청과 협의를 했다"며 "인원을 최소화해서 20명으로 제한을 했지만, 그 다음날 9월8일 150명의 인원이 학교에 방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교육위는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오석환 차관은 불참했다. 교육부는 "의사일정에 대한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부가 출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됨에 따라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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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