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동복지시설들이 출입문에 아이들 키보다 높은 곳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 화재 때 탈출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5월 민간 위탁 중인 시내 아동양육시설 2곳과 아동일시보호시설 2곳을 상대로 감사한 결과 이 시설들은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한 상태였다.

이들 시설이 보호 중인 아동은 총 204명으로 평균 수용 인원은 51명이었다. 시설들은 외부로부터의 무단 침입 방지, 심야 시간 무단이탈 방지, 추락 사고 방지를 위한 옥상 출입 통제 등을 위해 건축물 내외부 계단과 복도 사이 출입문(피난구), 옥상 출입문 등에 비상문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었다.

피난구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한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화재경보 발령 때 출입문(피난구)이 폐쇄되지 않도록 모든 층의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해제돼야 한다. 자동으로 해제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동 조작 신호로 개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자동개폐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작동하기 어려운 곳에 달려 있는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화재 시 아동들의 정상적인 피난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화재 경보를 발령해 모의 실험한 결과 자동개폐장치 잠금 상태는 일부 층에서만 해제되고 다른 층에서는 잠금이 해제되지 않았다.

6층 건물인 A시설에서는 4층에서 6층까지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7층 건물인 B시설에서는 4~5층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5층짜리인 C센터에서는 5층 옥상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는 자동개폐장치가 아동 출입 통제 목적으로 설치된 탓에 화재 수신기와 연동 여부가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동개폐장치들은 바닥으로부터 약 160~190㎝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아동이 잠금 상태를 해제하기 위해 수동 조작 단추를 누르기에 어려움이 있는 높이였다.

아동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치한 자동개폐장치가 오히려 아동들의 피난에 장애(피난구 폐쇄)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시 감사위는 꼬집었다.

시 감사위는 "출입문(피난구)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화재 수신기와 연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위･수탁협약서에 추가해야 한다"며 "자동개폐장치가 자동으로 해제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아동들이 수동 조작으로 출입문 잠금 상태를 해제할 수 있도록 설치 높이를 조정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