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사면에 野 분열 가능…朴 입장 '태풍의 눈'
李, '대통합' 명분 중도·보수 외연 확장 가능
'사과 없는 사면'에 與 지지층 이반 가능 ↑
李, '총대 멘' 洛과 달리 거리두기 '반면교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약될까? 독될까?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특별사면 명단에 박 전 대통령을 포함시키면서 여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특사가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반대로 여전히 과거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의 특사는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이석기 전 의원 가석방과 한명숙 전 총리 복권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분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야권은 문 대통령에게 줄곧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해왔지만 정작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공개 제안하자 '국면 전환용 노림수라고 강한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 친박계가 재집결하는 등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야권의 균열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늦었지만 환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 7월 박 전 대통령 광복절 특별사면설이 대두됐을 때는 "야권을 갈라놓기 위한 정치적 술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헌법의 고유 권한이 그런 식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본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이번 대선이 초박빙 승부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사면된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고 그 공로로 검찰총장까지 한 윤 후보에게 섭섭함을 내비친다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동정해온 보수층 이탈이 불가피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권의 정치적 해석을 일축하면서 건강 악화에 따른 배려와 국민통합 차원의 결단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기 전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국민 대통합'을 내세워 중도층과 보수층으로 외연 확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 10월 후보 선출 이후 3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 정체 현상을 타개를 위해 대구경북을 찾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공과' 발언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내놓는 등 중도·보수 껴안기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적폐'와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 사면이 이뤄지면서 진보층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반발할 수도 있다. 탄핵과 적폐청산이 잘못됐다는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촛불 시위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어서다.
'반성 없이 사면이 없다'던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 보도가 나온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관련 입장을 요구 받고 "상황 파악이 안됐다"고 말을 아꼈다. 송영길 대표 측도 청와대와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사면에 대해서 협의하거나 논의한 바가 일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사면 발표 이후 짧은 입장문을 내어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께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됨을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이 후보를 돕고 있는 송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1월 '국민 대통합'을 명분 삼아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냈다가 지지층 이탈이라는 역풍을 맞고 결국 대선 경선에서 탈락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제안은 당청간 교감의 산물로 알려졌지만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총대를 멘 이 전 대표가 유탄을 고스란히 맞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반면 이번 사면은 정치적 과실은 이 후보에게 돌아가지만 지지층의 분노는 문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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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