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자멸에 되레 '군기잡기' 나선 與 "자만하면 대선 져"

이해찬 "지지율 올랐다고 경거망동 말라" 경고
"자만 말고 바위처럼 단단해야" 與 긴장 다잡아
정성호 "우리도 걱정…한치 방심에 상황 반전"
이재명도 표정 관리 "빨리 수습돼 정책 경쟁을"

국민의힘이 선대위 개편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자만과 오만을 경계하는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달 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10%포인트 격차로 앞서 나갈 당시 국민의힘이 마치 대선에서 승리한 듯 취해 있다가 선대위 운영을 둘러싼 내분 등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야권의 내홍에 긴장이 풀어질 경우 자칫 대선 과정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후보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군기 잡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5일 뉴시스 종합 결과,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4일 플랫폼 앱 '이재명 플러스'에 칼럼을 올려 "캠프는 후보의 지지율 조금 올랐다고 경거망동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조금도 안심할 때는 아니다. 잘못된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보수 언론들은 이제 선거판을 흔들려고 덤빌 것"이라며 "바위처럼 단단해야 끝내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산하 미래시민광장위 출범식에서도 "남은 64일동안 저쪽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데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소통하면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결코 자만하지 말고 거만하지 않게 선거를 잘 마치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간 선대위 개편 갈등이 장기화되며 야권이 자중지란에 빠지자, 이에 반색하던 여권 내부의 대선 낙관론을 경계하며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의 정치적 후원자인 이 전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 180석 압승을 이끈 선거통이기도 하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도 걱정이지만 민주당도 걱정된다"면서 "한치의 자만과 방심도 용납되었다가는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맹성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이 이어지며 일부 여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야유와 조롱성 발언을 이어갔지만, 이 후보 측근 그룹은 내부적으로 메시지 조절에 들어갔다.

새해 여론조사들에서 '골든 크로스'를 확인한 상황에서 윤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에 천착하는 것 보다는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위한 정책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전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만난 기자들이 국민의힘 선대위 난맥상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적절치 않는다"며 "빨리 수습돼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책과 미래를 향한 경쟁에 빨리 함께해주길 기대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게 한 예다.

여기에 이 후보는 새해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저성장·양극화 ▲기후·기술경쟁 ▲글로벌 패권경쟁 등의 4대 위기 극복을 통한 '국민 대도약'을 화두로 던지는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야권 내홍에 발목이 잡힌 윤 후보와 자연스럽게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어떤 경우든 늘 겸손해야지 민심은 우쭐거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며 "더욱이 야권에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변수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회적으로 야권의 난맥상으로부터 점수를 따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원팀'을 과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 후원회장을 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날 후원회 출범식에서 이 후보에게 엄지를 세워보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희망저금통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줬듯 국민 여러분의 정성과 마음을 모아 이재명 대통령과 4기 민주정부를 만들어 달라"면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비전위) 공동 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이 후보와 함께 비전위 회의차 광주로 출격한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함께 도는 세몰이를 통해 공개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최근 이 후보가 호남 지지율을 70%대로 끌어올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지역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전북(64.84%) 득표율을 웃돌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가세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80%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게 이 후보측의 방침이다.

지도부도 '찰떡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송 대표가 3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휠체어를 탄 채 출근 인사를 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자, 이 후보가 이를 공유하며 "감사합니다. 대표님, 우리는 한 팀입니다"라고 응원한 게 한 예다.

이 후보와 송 대표는 평소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당대표와 후보 간 '케미'를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이준석-윤석열 갈등으로 리더십이 공중분해되다시피한 국민의힘과 대비 효과를 누리려는 의도인 셈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야권이 선거과정에서 부침이 있는 것일 뿐 언제든지 다시 정비해 쫓아올 수 있다"며 "우리의 지지율 절대치를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고, 국민의힘처럼 자중지란에 빠질 만한 요소는 없는지 예방적 위기관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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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