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김용균 없도록"…중대재해법 시행 앞둔 발전업계 '초긴장'

김용균씨 사망 계기로 법 제정된 만큼 책임 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할 조직 구성·업무 추진
조직 명칭 변경·직제 상향 통해서도 안전 강조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발전 공기업들이 초긴장 상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 입장에선 처벌 대상이 되면 경영상 타격을 떠나 사회적 비난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업종보다 막중한 배경이다.

더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 책임자의 범위, 준수 내용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서도 발전사들은 공기업 특성상 안전경영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용균씨 사건 계기로 제정…발전업계 부담 막중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토록 한다.

지난 2018년 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산재 문제가 공론화돼 제정에 속도가 붙었고, 법안이 발의된 지 3년 만인 지난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용균씨 사망 사고와 관련한 결심 공판에서 원·하청 업체 전 사장들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간기업보다 무거운 책임…새해에도 '안전' 한목소리

최근 민간에서는 법적 책임이 따르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거나 법 시행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지만, 공기업은 이런 혼란을 뒤로하고 부담감을 정면 돌파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조직개편과 관련 업무 추진으로 안전 강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각 발전사 사장은 새해 신년사를 통해 이런 각오를 보였다. 사업 역량 확보에 버금가는 책임감을 갖고 산업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속뜻으로 풀이된다.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되는 원년"이라며 "준법과 윤리경영 실천에 있어서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타협이 있을 수 없다"며 "예측할 수 없는 산업재해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협력기업을 포함해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가자"고 했다.

◆안전에 방점 찍은 조직개편 눈길

한국전력공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새해 '전사안전관리위원회'(가칭)를 신설키로 했다. 위원회에는 전력설비와 정책부문 담당 상임이사가 참여해 책임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안전보건처'도 사업총괄 부사장 직속으로 변경해 안전관리 정책 수립과 현장관리 조직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전사 중대재해처벌법 대응TF를 구성해 운영한 바 있다. 이후 안전처장 직속으로 중대재해대응준비팀이 신설됐다. 이 팀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종합 대응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총괄하고 있다. 아울러 품질안전본부장이 전사 안전보건관리 총괄 책임자로 지정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도 지난달 안전경영처 아래에 중대재해예방부를 꾸렸다. 이 부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에 관련 법령을 회사에서 이행할 시스템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규정하고,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대응하는 업무 표준절차(SOP)도 만들게 된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10월 조직개편 당시 '기술안전본부'의 명칭을 '안전기술본부'로 바꿨다. 안전기술본부 내 직제도 상향 조정하며 안전 강화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각 발전소 본부장 직속으로 안전감독관도 신설했다. 영흥발전본부는 안전품질 관련 부서를 실로 격상하기도 했다. 남동발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 의무 이행에 대한 12대 과제를 도출해 이달 중 사전점검도 돌입할 예정이다.

◆추락·화재 미리 막는 플랫폼 개발…협력사와 소통 지속

발전 공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조직 구성 외에도 현장 안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영흥발전본부 현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안전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추락, 화재, 질식 등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할 수 있다.

서부발전은 협력사들과 분기별로 안전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안발전본부에 공공기관 최초로 방문자 안전교육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본부를 출입하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교육을 시행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단기 차량계 하역운반 기계와 크레인 운전기사 등의 안전 제고에 나섰다. 이 밖에 일부 발전사는 조만간 안전경영 관련 협약을 진행하고, 현장 점검에도 나설 예정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 최우선 경영을 더 강조하고 있다"며 "발전사 입장에선 안전 경영이 탄소중립만큼 막중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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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