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NATO-러 회의, 서방국 단합 계기될 수 있다" CNN

러의 비현실적 요구 굴복하면 더 위험해질 것
팬데믹·에너지 수출 전망 악화 등 약점 겨냥해
서방국들 단합하면 러에 큰 타격줄 수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0개 회원국과 러시아가 오는 11일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은 물론 나토와 러시아간 관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미 CNN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산업지대를 반군이 장악하도록 지원한 일을 계기로 서방국 사이에선 서방의 대러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으며 특히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저지할 능력이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치열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대를 집결한 채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배권 인정을 요구하는 러시아의 행동이 서방의 대 러시아 정책 논의에 새로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14년의 사건 이래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냉전시대 수준까지 악화했다. 2002년 출범한 나토-러시아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나토 당국자들은 이번 주 진행중인 미-러, 유럽-러 회의에서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가 나토-러시아 위원회 개최에 동의한 사실이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러시아가 회담에서 진지한 태도를 보일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나토가 동유럽 지역에서 1990년대 수준까지 물러나 옛 소련연방 소속 국가들에 대한 안보 지원을 중단하며 더이상 동진하지 않을 것임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서방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러시아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무슨 생각일까?

나토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나토에 새로 가입하는 나라들의 지위를 우크라이나와 핀란드처럼 만들기 위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제안한 것"이거나 "러시아 국민들을 향해 러시아 정부가 협상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서방과 러시아 모두 물러설 여지가 없는데 회담이 왜 필요한가?

나토의 주요 회원국 당국자들은 11일 나토-러시아 회담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통일된 입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키면 "심각한 경제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며 2014년에 취하지 않았던 조치들을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토 당국자들은 서방의 제재 수단에 대해 "명시하는 순간 러시아가 대비할 것이기 때문"에 제재 수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강력한 경제제재와 나토의 대러 전진배치가 포함될 전망이다.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적대시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보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쁠 수 있다. 갈등연구센터 패시 에로넨 연구원은 "비현실적인 요구에 굴복하면 전반적 상황이 더 위험해질 것이다. 러시아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만들 것이며 중국을 비롯한 세력들이 러시아의 도박에 대한 서방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국들은 최근 예전보다 러시아를 훨씬 덜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 새 해외에서 러시아 국민들을 독살하고 암살하며 정적을 잔인하게 탄압, 투옥하고 서방 선거에 개입하며 크림반도를 합병한 일 등은 푸틴 대통령을 두려워해야 할 존재로 각인시켰다.

러시아나 인접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푸틴 대통령을 두려워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푸틴 대통령이 갈수록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유가 자신의 권력 약화를 감추기 위해서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로넨은 "푸틴은 늙어가는 독재자이며 자신의 업적에 집착하고 옛 소련의 붕괴에 집착한다"며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며 러시아의 탄소 에너지 수출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경제적 약점이 크기에 서방이 단합되기만 한다면 푸틴을 굴복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러 제재 법안을 밀어부쳐 러시아를 분노케 했던 금융인 빌 브로더는 "러시아 경제규모는 뉴욕 경제규모에 불과하다. 서방이 겁내지 않고 경제제재를 시행하면 푸틴은 금방 코너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은 최근 러시아에 대해 여러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서방도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서방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부채와 에너지 수출은 제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안보연구소 리처드 코놀리 연구원은 "자본조달을 어렵게 하고 기술도입을 제한하는 등 러시아 기업의 사업 비용을 올리면" 러시아 경제와 푸틴 대통령 주변 세력들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주요 사업들은 모두 푸틴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코놀리 연구원은 에너지, 무기 및 전략물자를 "러시아와 거래하는 경우 세컨더리 제재를 가하면"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1일 회담에 대해 서방국들이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점이다. 라사 쥬크네비치네 전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겁이 나는 것은 푸틴이지 우리가 아니다. 그는 자기 국민들을 겁내고 있고 민주주의 선거를 두려워한다"며 지금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서두를 때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도 20년 이상 집권할 수는 없다. 이번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약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려면 서방국들이 단단히 뭉쳐야 한다. 2014년의 실수를 되풀이함으로써 푸틴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을 깔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그를 더 위험한 존재로 만들 것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