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미국 대통령들의 와인

1776년 독립한 이후 245년 동안의 미국 역사에는 45명의 대통령 이름이 등장한다. 현재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46대인데도 대통령이 45명인 이유는 22대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유일하게 23대를 벤자민 해리슨 대통령에게 물려준 후 다시 24대 대통령을 맡았기 때문이다. 혹시 다음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비슷한 이유로 트럼프는 45대에 이어 47대 대통령이 된다.

앞서 미국 건국 초기와 가장 최근의 대통령들에 대한 와인 관련 일화를 살펴보았는데, 그 외의 대통령들과 관련한 와인 이야기도 많다.



금주가로 알려지기도 했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완전한 금주가는 아니었다. 1860년 선거에서 금주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가 되었을 때는 애써 애매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가 켄터키에서 주류 판매점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링컨은 굳이 그러한 가족적인 배경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백악관의 행사나 파티에서 샴페인이나 와인을 조금씩 마시곤 했다. 1865년 3월에 열린 링컨의 재선 축하 연회에서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드 생 마르쏘’, ‘찰스 하이직’, ‘G.H. 밈’ 샴페인과 오래된 빈티지 마데이라 와인 및 세리 와인이 서빙됐다.

링컨은 자신을 격렬히 반대했던 정적까지 포용했지만, 그렇게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일리노이 주의 하원의원이자 그의 멘토였던 존 스튜어트는 링컨의 집을 수백번 방문했지만, 링컨으로부터 단 한 번도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은 샴페인을 좋아했지만 술이 약해 두세 잔 이상을 마시면 그 다음날 두통을 호소하곤 했다. 13대 밀라드 필모어는 술이 더 약해 시음용 마데이라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도 혼미해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임인 14대 프랭클린 피어스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술고래였다. 주종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다. “퇴임한 미국 대통령이 술에 취하지 않는 것 외에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말을 남겼는데 65세에 간경화로 사망했다.

5대 제임스 몬로는 3대 토마스 제퍼슨처럼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을 매우 좋아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관저 가구 구입 용도로 책정된 예산을 1200병이나 되는 프랑스의 보르고뉴 와인과 샴페인을 구입하는데 전용해 의회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6대 존 퀸시 아담스도 마데이라 와인을 좋아했는데, 그는 탁월한 미각을 지니고 있었다. 각기 다른 브랜드의 마데이라 와인 14종을 블라인드 테스트해 그중 11가지를 정확히 맞추기도 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15대 제임스 뷰캐년도 마데이라와 세리 와인을 좋아했는데, 그는 이틀마다 꼬냑 2병을 비우기도 했다.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처럼 위스키를 제조해 판매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첫번째 대통령이자 오늘날 민주당을 처음 창당한 8대 마틴 반 뷰런은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셔 사람들이 ‘Blue Whiskey Van’으로 부르기도 했다. 퇴임 후에는 재임중 경제가 하도 좋지 않아 경제를 망친 대통령이란 뜻으로 ‘Martin Van Ruin’으로 불리기도 했다.

10대 존 타일러, 11대 제임스 폴크 대통령도 샴페인과 와인을 좋아했다. 18대 율리시스 그랜트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으나 손님을 접대할 때는 와인 구입에 아낌없이 돈을 썼다. 한때는 샴페인 구입에 지금 가치로 수천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금주법에 서명한 28대 우드로 윌슨은 보르도의 일등급 와인인 ‘샤토 오브리옹’을 좋아했고,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헝가리의 강화 와인인 토카이 와인을 즐겨 마셨다. 그 다음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는 굉장한 와인 애호가이자 수집가였는데 1920년대 금주법 시대에 그의 부인이 값비싼 와인 컬렉션을 모두 하수구에 버린 해프닝도 있었다.

35대 존 F. 케네디 부부는 ‘샤토 오브리옹’과 샴페인을 좋아했다. 영부인 재키는 그 중에서도 ‘뵈브 클리코’를 주로 마셨다. 두 사람 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좋아한 다이키리 칵테일도 좋아했다.

워터 게이트 사건을 은폐해 사임한 37대 리처드 닉슨은 보르도의 일등급 레드 와인 ‘샤토 라피트 로실드’의 1957년 빈티지와 ‘샤토 마고’를 즐겨 마셨다. 그는 손님에게는 훨씬 싼 와인을 내놓았는데 손님이 라벨을 보지 못하도록 타월로 와인병을 감싸게 했다.

39대 지미 카터는 백악관 행사에 처음 미국 와인을 사용했는데, 자신은 주로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후임 로널드 레이건은 고급 프랑스 와인을 선호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와인을 마시는 것을 보면 꼭 라벨과 빈티지를 확인하거나 테이스팅 해보는 습관이 있었다.

빌 클린턴에 패해 재선에 실패한 41대 조지 H.W. 부시는 나파 밸리의 ‘실버 오크(Siver Oak)’ 카베르네 쇼비뇽을 좋아한 반면, 빌 클린턴은 ‘스네이크바이트(Snakebite)’라는 영국 맥주를 좋아했다. 하지만 43대인 아들 조지 W. 부시는 젊었을 때 술을 하도 많이 마셔 대통령이 되기 전인 40세에 술을 끊고 주로 다이어트 콜라를 마셨다. 후임인 버락 오바마는 와인을 매우 사랑했다. 좋은 와인과 좋은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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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 KG뉴스코리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