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만 강요" 신안 어민들, 해상풍력 상생협약 파기 선언

풍력단지와 조업공간 91.3% 겹쳐 사실상 소멸
폐업 전제 보상 합의 불구 진척없이 장기 공전
새어민회 "전남도·신안군 법적조치 검토" 반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전남 신안지역 어민들이 "희생만 강요한다"며 해상풍력 상생협약 파기를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20일 신안지역 닻자망 어민 등이 참여하는 새어민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남도·신안군·신안군수협·새어민회 등은 신안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4자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민관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어민들의 보상절차 등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신안군은 발전사업자로부터 보상합의 과정 등에 대한 일체의 위임을 전제로 새어민회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민관실무협의체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해상풍력이 들어설 경우 피해가 불가피한 어민들의 폐업을 전제로 한 어업손실보상기준 등에 합의했다. 보상액 산정도 어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허가어업이지만 유리한 면허어업에 준해 결정키로 했다.

1.5t 짜리 2개의 닻을 특정지역에 고정시켜 젓새우를 잡는 뻗침대자망 어업은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경우 조업공간이 91.3%가 겹쳐 사실상 소멸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폐업을 전제로 한 '선보상 후착공' 합의는 무시되고, 향후 구체적인 방안은 찾지 못한채 공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의 성격을 중앙부처의 유권해석과 달리 민간사업이 아닌 공익사업이라 주장하면서 어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상 기준이 민간사업일 경우 사업자와 협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공익사업은 3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어민회 장근배 회장은 "어민들은 보상기준의 확정 지연으로 매매, 소유권 이전 등의 권리행사는 물론 재산권이 제한되고 엔진과 어구 등 시설물의 신규투자 등마저 지연되면서 안전조업 우려 등 어업손실이 크다"면서 "최근 비대위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해 상생협약 파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어 "신안해상풍력의 이해당사자 의견은 무시한채 일부 어촌계의 승낙만을 전제로 공유수면 점·사용과 발전단지 허가는 결단코 있을 수 없다"면서 "어민들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새어민회는 향후 전남도와 신안군을 상대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에 대한 법적조치는 물론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안해상풍력단지는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시설이다. 생산되는 전기만도 8.2GW로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신형원전 6기와 맞먹는 발전량이다.

한편, 새어민회는 신안해역 등에서 200여 척이 어업활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젓새우와 활선어 등의 위판액이 연간 2000억원을 차지하고, 고용인원도 2000여 명에 달하는 어민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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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목포 / 이덕주 기자 다른기사보기